SEA – ICN

2년 2개월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그리웠던 관계와 공간은 내가 그렸던 것과 달랐다. 익숙한 모든 것들이 어색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나는 언젠가 서울로 돌아와 살게 될까, 아니면 이렇게 계속 드문드문 만나다가 잊혀져가게 될까 생각했다. 만약 내가 영영 여기에 뿌리를 내리게 될 거라면,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만큼을 돌아가서 미국에서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 먹어 새 친구를 사귀는 일은 쉽지 않다. 어릴 때라고 쉬웠던 것도 아니었지만.

어느새 내게 가장 편한 공간은 고양이가 꼬리를 세워 나를 반기는 곳이다. 심심하고, 평화롭고, 초록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도시. 늘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던 나나는 사람 주변을 맴돌며 가까이 있고 싶어했다. 혼자 열흘 넘게 외롭고 심심했지.

늘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더 이상 내 집이 아닌 부모님의 집이었다. 현실자각타이밍이 좀 늦었다.

 

또, 근황

  • 운동

3보 이상 승차 + 인도어 캣과 함께 하는 인도어 휴먼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다 보니 몸이 무거워졌다. 일주일에 3번 리포머 위에 올라가려고 노력 중인데, 반려사람이 요새 로잉을 열심히 하는 게 자극이 되었다. 딴 것보다 구석에 모셔뒀던 리바운더의 재미를 알았다. 보기엔 쉬워보이는데 2분 넘어가면 배 땡기고 땀나고 힘들다. 한국에선 리바운더 쓰는 클래스 거의 못 본 거 같은데 다른 유산소 운동보다 관절에 무리가 안 가서 좋다. 한국 들어가기 전 과연 정상 무게를 찾을 수 있을까… 아, 8월 말 / 9월 초 들어가려던 계획은 다시 밀려 10월 첫째 주, 둘째 주가 되었습니다. 반려사람 일이 바쁜데다 한국 너무 더워보여서 무서웠음.

  • 학교

첫 학기 좀 헤맸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낮은 티어의 장학 대상이 되긴 했다. 이번 학기 등록금 30% 감면. Lambda나 디지털대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받은 대학 교육의 가치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피어가 한 데 모여있을 때 주고 받은 영향, 그 때 만난 관계가 과연 1년 등록금 천만원에 육박하는 가치가 있었던 걸까… 어쨌든 학교라는 공간을 떠올릴 때 마음 속 깊이 느껴지는 그리움, 하나님 “아버지”가 아닌 “사랑의 하나님”을 이야기 하던 채플, 랜더링 하다가 뻑하면 사망하시던 실습실 컴퓨터, 과제 제출 전날 말도 안되는 시간에 전화해서 귀찮게 해도 잠결에 대답해 주시던 선생님 목소리, 헬렌관 스파게티… 같은 걸 떠올리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 사업자등록/개발

여기서 외주를 위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영업용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아직 세금 신고를 안 해봐서 이게 잘 한 결정인가 애매한데 설마하니 홈텍스보다 힘들겠어.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뭘 하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도전적인 일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십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어려울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만들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Lambda 끝내고 나서는 나는 프론트엔드가 더 취향이구나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데이터 분석할 때도 분석 자체보다 시각화가 좋았던 것 같고. 그나저나 아재들이 아무리 JavaScript 무시해도 뭔가가 뜨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 나나찡

반년을 같이 산 나나는 의사 표현이 확실해졌다. 싫은 거 싫다고 애애옹! 하고 이제 내 눈치도 안 본다. 길에서 살 때 어디서 맞고 다녔을까 안쓰러웠는데 막상 마당에 침입한 길고양이나 산책냥이들을 대하는 나나의 자세를 보니, 아아… 얘가 그동안 우릴 엄청 봐줬구나 깨달음이 왔다. 이건 완전 야수 또는 맹수의 모습. 발톱 깎을 때 그 정도로 끝난 건 정말 많이 협조적이었던 거였다. 여튼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한 건 참 잘 한 결정이었다. 다른 생명이 나를 우울에서 꺼내주었다.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나나찡.

오늘도 기승전 고양이.

근황

Lambda School – Computer Science Major

12월 코호트에 합격해서 수업을 듣고 있다. Lambda School은 Y 컴비네이터 출신으로, CS와 AI 코스를 오퍼한다. 엔지니어로 취업하기 전까지는 수업료 낼 일 없다는 데 혹했다.

스타트업으로선 좀 아쉽다. 실행력 엄청 좋은데, 제품은 없다. 모든 수업은 zoom으로, Q&A는 slack을 사용한다. 서부 시간 오전 8시 – 오후 5시까지 아침에 한 시간 알고리즘 문제를 풀고, zoom으로 수업을 하고, 페어/개인 프로그래밍 시키고, daily standup 하고. 소소한 장치들을 계속 넣었다 뺐다 하면서 수업 방식을 두고 실험을 하는 게 눈에 보인다. 아쉬운 점은

  • 내 경우 slack의 실시간성이 몰입을 방해한다. 정신이 없다.
  • 인강에 익숙한 한국 살암 잠깐 놓친 부분 잠시 돌려 보기도 해야하고, 1.5배속으로 볼 수도 있어야 하는데, 굳이 왜 오프라인 강의도 아닌데 실시간으로만 해야하는지 의문.
  • 자막 있는 강의에 익숙해 있다가 없이 보려니 순간 순간 못 알아 들을 때가 있다.
  • 교수자가 라이브 코딩하다 안 풀릴 때 삽질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경우 답답.
  • 웹페이지 소개에는 코드 리뷰를 꼼꼼히 할 것 처럼 써놓았지만 막상 제출한 코드를 누군가 시간 내서 봐주는 것 같지 않다. TA가 looks good 외치고 끝.
  • 제일 힘든 점은 8시부터 시작하는 거. 저혈압 인간에게 오전 시간은 힘들다.

좋은 점은 일반 대학 커리큘럼과 비교하면 대학은 여러 과목의 진도를 한 학기/16주에 펼쳐놓지만, 여긴 소주제를 한 주에 끝내버리는 것. 실시간인 게 단점이자 또 장점이기도 한데, 8 to 5 책상 앞에 앉혀놓으니 뭐라도 하게 된다.

SDU – Computer Engineering 전공 3학년 편입

한국에 있었으면 방통대를 생각했을 텐데, 시험기간에 학교에 갈 수 없어서 원격대학들을 알아봤다. 미국 대학 대비 가격이 워낙 훌륭했고, 그동안 여기 저기서 MOOC 수업들을 많이 들어봤는데 생각해보면 한국엔 원격 대학교가 이미 있구나 싶어 비교해 보고 싶기도 했다.

한 달 수업 들어본 것만으로 평가하기 좀 이르지만 기대보다 수업 내용이 좋다. SDU의 정돈된 커리큘럼과 Lambda의 약간 정신없는 활발함이 좀 섞이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세라 수업별 포럼 같은데서 서로 질문하고 답해주는 것 같은 적극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2주 동안의 윈도우를 주고 그 안에 한 주차 수업을 들어야 하고, 한꺼번에 진도를 빼버릴 수 없다. 물론 기말 다 되어서 몰아보기도 할 수 없다. 학부니까 총 6과목을 따라가려면 꼬박꼬박 매일 한 과목씩은 들어야 하고, 보통 3주마다 퀴즈나 과제가 있어서 전공으로만 채우니 꽤 빡빡하다. 3학기 안에 끝내는 게 목표.

다만 교수님들 동영상에 정장 차림으로 등장하는 거 진심 어색하다. 이 바닥에서 넘나 보기 힘든 수트 차림… 수강 신청할 때 의도적으로 여자 교수님 과목을 찾아 넣어서 그래도 2과목은 여자 선생님인 거 좋다. (람다엔 한 명도 없다). 문과에 여대를 나와서, 학교마다 여자 교수님들이 이렇게 적은지, 더군다나 STEM 분야에 여자 교수님이 이렇게 찾기 힘든 존재인지 전혀 감이 없었다. 현재 미국에서 STEM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2/3가 x파일의 스컬리를 롤모델로 삼아서 스컬리 이펙트라고도 한다는데,  미디어나 학교에서, 눈에 잘 띄는 롤모델의 존재란 너무 중요하다.

해외통신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해외통신원을 하게 되었다. 글값이 말도 안되게 싸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생각보다 한 달에 양 쪽에 한 개씩, 두 꼭지 글 쓰기도 쉽지 않다. 허구헌날 글을 쳐내고 마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기자들/ 다양한 포맷의 글쟁이들이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재미있는 건 둘 다 네이버 까페와 카카오톡을 업무용으로 쓴다는 거다. 허허 너무나 말도 안되게 느껴지지만 나름 적응 중. 그래도 예전엔 공무원들 네이버 같은 외부 이메일 주소 쓰는 것도 많이 봤는데, id@korea.kr 로 통일한 듯 보여 말끔해 보였다.

초보 집사

집사의 길을 걷고 있다. 보스턴 출장가는 반려인을 따라가서 놀다 왔는데, boarding 맡겼다가 찾아왔더니 아주 서러움이 폭발했다. 잘 울지 않는 애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야옹 야옹 말을 하는데, 날 그런 데다 놓고서 어디 갔었냐고 하는 것 같다.

TV나 책 보다가 울고 있으면, 슬퍼하는 걸 안다. 무릎으로 와서 앉거나 내 살에 자기 살을 대고 앉는다. 함께 사는 건 이런 거라고, 서로 위로하는 거라고 가르쳐 주는 고양이. 내가 얘한테도 위로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캔따개는 되고 있겠지.

 

 

고양이 나나

고양이를 입양했다. 1살 반 ~ 2살, 사람 나이로 치면 2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이미 아기를 낳은 적이 있는 걸로 보인다니 아줌마라고 남편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 고양이는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으므로 아가씨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 손을 무척 반기던 암컷 고양이. 사람들이 아기 고양이를 더 선호하지만, 우리는 덩치도 있고 이제 귀여운 맛도 덜 한데다 배에는 채 아물지 못한 커다란 수술 자국이 있는 이 아가씨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수술 자국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나중에 서류를 자세히 읽어보고서야 알았다. 몇 번째인지 모를 임신 중간에 발견되어 낙태와 중성화를 (당)했다고.

길고양이 번식을 억제한다고 중성화를 시키는 것도 참 사람 멋대로지만, 이미 있는 아기를 지우기까지 하는 건 몰랐다. 서류에는 임신 때문에 건강을 너무 상해서 그랬다고 써있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에서 길고양이가 임신 30일 전에 발견되면 임신을 중단시키고 중성화시키는 정책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처음 며칠은 힘도 없고 아파 보여 걱정이 많았다. 자꾸 헛구역질을 하던 날에는 깜짝 놀라 남편과 24시간 하는 동물병원 응급실에도 갔다. 보호소에서 집으로 오던 차 안에서는 조용하던 애가,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는 엄청 서럽게 울어서 마음이 아팠다. 아마도 다시 버려지는 걸로 생각한 게 아닐까. 그런 거 아니라고, 너 아픈 거 같아서 병원가는 거라고 계속 말을 걸었지만,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 들을 리가 없다.

이제 2주 지나니 수술 자국도 다 아물고, 잘 먹고, 계단도 엄청 빠른 속도로 뛰어다닌다. 집에 있는 책장이나 수납장은 칸칸 다 들어가보고, 부엌에 뭔가 냄새가 난다 싶으면 바로 점프한다. 새벽이면 밥 달라고 어김없이 침대 주변에서 기척을 내더니 어제부터는 아예 내 가슴께로 올라와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다. 은근히 아프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횟수보다 훨씬 자주, 고양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 말은 배운 적 없는, 게다가 한국어는 처음 들어봤을 미국 고양이는 그 고백의 순간에 눈을 꿈뻑 거리기도 하고, 사람 손이나 무릎에 박치기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뭐라는 거냐, 는 표정으로 엄청 크게 하품한다.

어지간하면 사람 있는 공간에 같이 있고 싶어하고, 사람이 먹으면 자기도 먹고 싶어한다. 살도 포동포동 오르고 호기심도 많아졌지만 아직 정수리랑 콧잔등에 남아있는 흉터를 보면 마음이 아리다. 언 놈이 이랬냐고 언니가 가서 다 혼내줄게 하고 싶다. 이렇게 순하고 사람 손 많이 탄 애가 어떻게 길에서 버텼는지.

고양이가 오래 살면 스무 살이라니 나나가 세상을 떠날 무렵이면 나와 남편은 거의 환갑 근처일 것이다. 그 날까지 계속, 매일 매일 여러 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고양이의 오후처럼 심심하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미국행 외노자/유학생에게 추천

대학원 되어 가을 학기에 미국오는 후배와 메신저로 수다를 떨다가, 이런 대화에서 반복해서 추천하는 제품/서비스 리스트가 있는 듯 하여 간만에 블로그를 쓴다. 앞으로도 생각나면 또 업데이트 할 예정. 누군가 물어보면 이 글 링크를 던지면 되도록 (+ amazon associates 테스트 겸).

 미국판 온수매트


미국 오고 첫 겨울은 참 을씨년스럽게 추웠다. 분명히 서울보다 날씨 따뜻하고 영하로 내려가는 일도 잘 없는데, 대체 왜?? 보일러 틀면 바닥 따땃해지던 느낌과는 다르게 공기를 데워서 난방을 하니 따뜻함의 장르가 다르거니와 피부는 점점 사막이 되어갔다.

잘 때라도 바닥 난방이 되었으면 했다. 남편이 원래 쓰던 온수 매트가 망가져 버려서 검색을 엄청 했다. 한국 브랜드들도 아마존에서 제품을 팔던데, 따로 220v 트렌지스터 놓고 쓰는 게 싫어서 고민하다가 미국판(?)을 샀다. 회사 이름으로 링크드인을 뒤져보니 직원 구성 중에 한국계가 유난히 많은 느낌이던데, 한국 제품들 써보고 클론 개발한 걸까 궁금.

타로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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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광고 보고 들어 갔다가 결제를 안 하니까 심지어 전화까지 걸어서 뭐가 문제여서 결제를 안 하냐고까지 물었던 온라인 반찬 가게. 전화를 못 받았는데 음성 메시지로 남겨 놓은 게 약간 충격이었다. 창업자들이 다 인도계인 게 영 믿음이 안 갔었다. 한국 반찬인데 묘하게 향신료 맛이 많이 난다거나…

어쨌든 스타트업에 대한 과한 편애가 있는 나는, 그 과격한 접근(대뜸 전화해서 물어보자!)을 좋게 보고 한 번 속는 셈 치고 주문을 했다. 포장을 버리는 게 좀 귀찮을 수는 있는데, 주변에 한인 마트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어도 반찬 맛이 맘에 안 드신다면 시도해 보시라고 추천. 일주일에 한 번 옵션을 골라서 구독하는 형태고, 만약 이번 주는 건너뛰고 싶다면 스킵 버튼 누르면 된다.

Safari Books Online / Lynda.com

학교나 회사 때문에 오는데 이미 이 정도의 DB는 구매해서 사내/교내 도서관에서 제공하면 이런 거 필요 없겠지만, 꽤 큰 테크 회사들도 이런 건 지원 안 하는 경우도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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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킹 카운티 도서관에는 사파리북스가 없는데, 시애틀 도서관에는 있어서 카드를 둘 다 만들었다. 사는 지역 공공 도서관마다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 린다닷컴은 DB에 갖고 있는 듯 하다.

사파리북스 원래 월 이용료는 월 39불. 린다닷컴은 링크드인에서 제공하는 유료 비디오 강의 서비스고 기본 프라이싱은 월 20불.  개발/디자인 위주의 러닝 패스가 많지만 꼭 그런 쪽 아니어도 일하며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스킬을 커버한다.  개인적으로 링크드인의 사내 코치인 Fred Kofman의 강의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