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갑자기 알랭 드 보통에 필이 꽂혀서
미드 다운 받아 하루만에 시즌 전체를 봐 버리듯 -_-; 여러 권을 읽어버렸다.

아무래도 사랑 연작이 젤 쎘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청미래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은행나무

‘사랑일까’보다는 ‘사랑하는가’가 충격이 컸는데, 두 권 모두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고, 유지되며, 끝나게 되는지 참 분명하다고 해야할까, 적나라하다고 해야할까. 암튼 보는 내내 심장이 쿵. 떨어져서 발에 닿는 기분이 들도록 그려놓았다. 무엇보다 연애라는 ‘성인들의 장래희망’이라고도 불리는 그 행위의 본질 – 상대의 눈을 통해 나를 보게 된다 – 을 짚어준 것이 맘에 들었다.

‘소비’에 관한 서술도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몹시 맘 아파가며 공감했다.

앨리스는 고전적인 소비의 덫에 걸린 것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가 어렵게 번 돈 80파운드를 드레스와 수영복에 쏟아 부으면서 원했던 것은 꼴같잖게 비싼 옷이 아니었다. 냉소적이고 재능 없는 디자이너가 만들고 패션 잡지가 과대 선전해 준 옷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그걸 입은 사람의 존재였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언어가 형성된다는 이야기도 새삼스럽게 좋았다. 이름이 아닌 별명을 붙여서 서로를 부르게 되고, 익숙한 농담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밖에서 보면 소스라치게 유치하지만 안에서 볼 땐 이보다 행복할 수 없는 놀이.

부모와의 관계형성이 연인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참 잘도 썼다. 두 사람이 만난 세계가 어떻게 충돌하고 결합하는지를 보여준다.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 이러한 성향은 민족성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계층과 지역과 집안의 특성이 뒤섞여 구성된다. 본인은 이 무의식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정상 상태로 여긴다.

돌아보니, 나는 너를 사랑했는지, 사랑이라는 행위 자체를 사랑했는지가 헷갈린다. 당신은 나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불러주었는데, 나는 당신을 어떻게 불렀었나. 나는 당신의 유년시절을 기록하려던 역사가가 아니었고, 당신 역시 그랬다. 나는 영화를 통해 나를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었고, 당신은 영화를 통해 자신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왜 나는 그 호텔 식당에 앉아서 그렇게 끔찍한 기분이 들었을까.
내가 평생 겪을 수 있는 일 중에 남자의 가족으로 나라는 주체가 편입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누군가는 이 일을 로맨틱한 영화로 보겠지만, 나는 이를 공포영화로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조부모에서 시작되어 부모를 거쳐 나에게 이어졌던 그 관계를 당신과의 관계에 투영했다. 그 공간은 당신의 가족을, 어머니를, 당신을 구성하는 가장 큰 습관을 함축하고 있었다.

행복한 집을 상상하고, 가구와 침구를 보고, 사포질과 페인트칠을 해대는 나 – B&Q에서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나는 순식간에 백일동안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못한 사람의 표정을 하게 되었었다.

나라는 이 구라쟁이를 어찌해야 할까. 수많은 기둥이 필요한 나를 어찌해야 할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너무 자주 필요했던 나를 어찌해야 할까.

그냥 덮었버렸던 장면들을, 꺼내서 분석하고,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볼 때가 되었다.
확신없이도,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사실을 믿는 습관을 기를 때가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의 8개의 생각

  1. 아… 정말 찌질한 주인공들이 찌질한 독자들을 무서움에 떨게 하는 책이야. ㅎㅎ 작가도 분명 이런 연애를 했겠지. 나도 이 두 책, 완전 사랑해.

    그래서 두려워. 그렇게 될까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하고 있는 내 자신, 내 자신도 사랑해.

    멜. 저 책들 줄쳐가면서 읽어. 😀

    좋아요

  2. 아… 정말 찌질한 주인공들이 찌질한 독자들을 무서움에 떨게 하는 책이야. ㅎㅎ 작가도 분명 이런 연애를 했겠지. 나도 이 두 책, 완전 사랑해.

    그래서 두려워. 그렇게 될까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하고 있는 내 자신, 내 자신도 사랑해.

    멜. 저 책들 줄쳐가면서 읽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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