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힘 – 준오헤어

아는 여자가 완전히 머리 스타일이 달라져서 나타났다.
당신의 반응은?

아마, ‘실연했어?’ 라고 물을거다. 진부해도 어쩔 수 없다.

미용실은 여자에게 그런 존재다.
우울할 때 위로 받고, 순간적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곳.
그만큼 기대도 크고 실망도 큰 곳.

미용실이 주는 실망이 충격적인 이유는,
단순히 서비스에 대해 실망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에 대해 실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큰맘 먹은 건데 외려 상태 더 안 좋아지잖아. 난 안되나 봐 원판이 어디가겠어.
나는 덜 생겨서 성공하기도 사랑받기도 힘들거야. 흑흑흑.


이런 식의 감정. 그러니 미용실이 주는 실망은 파괴력이 막강할 수밖에.

머리에 장난을 쳐도 야단칠 사람 없는 성인 여자가 된 후, 준오는 늘 적당하고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연예인을 상대할 만큼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진 않지만, 가격이 과하지도, 친절함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2.

황석기님과 준오헤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황석기님은 20년 넘게 CJ에 계시다가 인재원장을 지내시고 조금 황당하게도, ‘준오헤어’로 가신 분이다.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복합화 팀 아저씨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서 친근하게 느껴진다. 애브뉴준오 가봤는데 인재원이랑 인테리어가 꽤 비슷하더라 뭐 이런 식의 대화도 나누고.

그리고 황석기님 블로그를 구독하면서 마치 아는 분 같은 친근감이 더욱 늘었다. 머리하러 갔을 때 일부러 물어본 적도 있다. 황석기님 아세요? 드자이너 언니 순간 당황한다. 독후감 이야기도 얼핏 들은 것 같고, 멘토링이나 교육 이야기도 한다. 미용실 직원 입에서 독후감이라니, 생경하다 싶었더랬다.

그리고 오늘 이 분 블로그에서 준오헤어의 사명을 보게 되었다. 기사를 그대로 옮겨온다.

첫째 ‘Strive to create the most beautiful life’ 이다. 일상생활에서 가벼운 표현으로 뭔가 새로움을 기대하며 기분전환을 하고자 할 때 ‘미용실에나 다녀올까’라고 한다. 즉, 준오헤어는 단지 아름다움과 beauty 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이 곳을 찾은 고객들이 열정적인 준오맨과 친근한 서비스를 통해 아름다운 인생의 활력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Share that happiness with our customers’ 이다. 거래는 상호 합리적 가치의 교환이다. 즉,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만큼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만족했을 때, 재구매와 재방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준오헤어는 고객이“얼마예요?”라고 물었을 때, “행복하셨나요? 그럼 행복하신 만큼 계산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의 가격이 진정한 가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미용업계는 주먹구구식으로 경영될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 잘나가는 디자이너들은 유학도 다녀오고 유명세도 얻는다지만, 아직도 우리 정서로는 내 머리를 만져주는 이가 학생 때 성실했을 거라 상상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이런 사명을 갖고 있는 미용실이라니, 왜 항상 준오가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느꼈는지 설명이 되었다.

공유된 가치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담는 하찮은 일도 인생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파하는 일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조직과 아닌 조직은 분명히 다르다. 바닥을 쓸고 있는 어시스턴트에게, 디자이너는 늘 손님이 듣는 앞에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곤 했다. 머리카락을 열 두 번 쓸면 열 두 번 다. 그 열 두 번의 감사멘트가 설사 강요당한 습관이라고 해도, 이런 가치와 그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동료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는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3.

세분 시장을 고민해본다면, 준오는 매스마켓에 있다. 한 명의 디자이너 이름을 걸고 사업하는 곳들과는 달리, 누구의 이름도 아닌 브랜드로 출발했다는 점이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멀티플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점이 보다 고급시장을 지향하는 데에는 한계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적어도 내게 준오는, 불편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지만, 그 적당한 만족감 이상은 제공해 주지 못한다. 즉, 더 많은 가치에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있는 손님은 이탈하기 쉽다. 문제는 이런 고객이 객단가가 높다는 거. 준오가 계속 성장하려면, 그 적당함 이상의 뭔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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