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생머리 수호기

미용실 단골 디자이너는 나와 나이가 같다. 얼굴은 조막만한데다 참 선이 고와서, 여자가 봐도 참 여릿하다. 그는 길던 머리를 싹뚝 잘라서 단발이 되었고, 나는 단발이던 머리를 자꾸만 길러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그 이는 내가 지나가며 했던 이야기를 세세하게 불러내는 좋은 기억력을 가졌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고 숨을 들이마셨더랬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그럴 듯해 보이려는 노력, 내가 아닌 상대의 취향에 나를 꾸미고 맞추려는 노력은 결국 다 헛되다. 내가 나를 잃어 버리겠다고 나서는데 타인이 나를 지켜줄 리 만무하시다.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왜 꼭 당신을 사랑해야 하나. 당신이 그에게 헌신하고 잘 해주었다고 해서 그가 왜 꼭 그것을 알고 거기에 보답해야 하나. 이 자리에는 미움받을 사람도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 사람도 없고, 때로 진심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진리만 놓였다.

“긴생머리 수호기”의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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