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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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건강이 편치 않으시고부터는 집에서 한살림 식재료를 받아 먹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집은 90년대 초반인가부터 한살림 카탈로그를 보고 주문을 넣어, ‘산지직송’된 농작물을 받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로 하려던 게 아니라, 농가를 살리겠다는 뜻을 품고 운동으로 시작된 지라 뭔가 포장이 마무리가 깔끔치 않고, 배달이 안되는 지역도 있고 뭐 그렇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지금은 비즈니스로써도 꽤 쏠쏠할 듯?? 올가보다 한살림이 훨씬 믿음이 가고 막 진정함이 느껴진달까) 지금으로 치면 사회적 기업의 시초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한살림 재료로 몽창 바꾼 탓인지, 땅집으로 옮긴 탓인지 아버지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고 심지어 어머니 얼굴도 폈단 소리를 들으니 나원참.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 되는 게 정말이지 맞다.

오늘 부엌에 있다가 ‘생명살림, 밥상살림, 환경살림, 농업살림’ 이었나. 아무튼 뭐 그런 태그라인이 박스에 써 있는 걸 새삼스레 보게 되었다. 에에, 너처럼 배운 애가 집에서 살림하기 아깝지 않아? 라는 말이 얼마나 경우 없는 말이었나. 내 어미가 내게 밥 챙겨 먹여 주시는 일은 나를 살리려는 일이었다. 살림이 말 그대로 사람을, 생명을, 살리려는 살림이었다. 근데 그 행위가 얼마나 고마운지 자주 잊어버리고, 가치도 폄하하기 일수다. 에라이 이 싸가지 없는 년아.

신은 이 정권을 통해 우리에게 식탁을 살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가르치려고 하신 걸까. 밖에서 먹으면 족족 속이 불편하다가 주말에 집밥을 먹으면 소화 잘만 되는 걸 보면서, 이 오염된 환경에서 나, 면역력을 잃어버린 걸까 걱정된다. S와 구글 한 달에 밥먹이는 데만 1억 써, 비용 통제 너무 안해,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아니야 그게 꼭 비용이 아닐 수 있어 되뇌인다. 강남 일대에서 먹는 밥은 거의 중국산이고, 계란도 거의 풀어져서 얼려 수입된 중국산이다. 묵은지는 정말 묵은지가 아니라 썩은지이며, 멍멍탕의 70%는 개가 아니라 사료용 은여우다, 등등. 뭐 이런 먹거리에 대한 흉흉한 이야기를 전하다 보면, 제길 모르는 게 약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린 생명을, 사람을, 어떻게 존중하며 대해야 하는지 한참을 더 배워야 한다. 우린 어머니를 잃어가면서, 제대로 살림하는 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람이 키우지 않고 공장이 키운 것들을 먹고 자라나면서, 이리도 망가져 버렸다. 아웅, 이번 주는 또 무얼 먹으며 버텨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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