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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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눈을 뜨자 방안이 온통 햇빛으로 가득했다.
이불 속에 둘둘둘 말린채로, 아웅, 하느님 감사합니다- 일부러 소리내서 말해봤다.

나이 먹는 건 친구를 잃어가는 과정일까. 언제부턴가 주말에 친구들을 불러내려면 큰 맘 먹고 약속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각자 아이를 키우거나, 유학을 준비하거나, 월화수목금금금 일을 하고 있거나 등의 이유로 몹시 바쁘고, 그나마 시간이 나더라도 ‘결혼 적령기 여자가 애인을 만나 데이트 하는 일’보다 우선 순위가 밀리므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 ㅠ_ㅠ (라고 위안하지만 사실 내가 따야….ㅋㅋ)

결국 혼자 놀기 참 잘해요 모드. 서울대병원에서 창덕궁 가는 길이 이렇게 좋았었는지 버스 유리창에 이마 박으며 졸던 시절에는 몰랐지. 사실 일한 건 서너시간도 안 될 거다. 단골 타르트가게, 쥬얼리 가게, 옷가게를 차례로 순회하고 나니 어둑어둑 밤이 되었다. 교문 생김부터 거리모습까지 완전히 변해버렸는데 다들 안 없어진 게 용하다.

자꾸만 얻은 것, 가진 것보다 잃은 것, 못 가진 것이 커보인다. 인간이니까. 하지만 오늘은 일부러 자꾸 고맙고 감사하다고 소리내서 말해 보았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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