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 Talk

@ Take Urban

누구에게나 후시딘이 필요한 사건이 하나쯤 있다. 그 순간엔 무너지도록 충격적인 일도, 지나보면 덤덤해진다. 그리고 평범한 그 나이 또래라면 그럴 수도 있었던 거라고. 사실 그냥 어렸을 뿐이었고, 누가 누구를 상처 주고자 작정한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금요일 밤 짧게 현정이를 만났다. 목에 두른 스카프가 얘가 이제 정말 애가 아니라 아가씨구나 하는 인상을 받게 했다. 첫 사랑 이후 현정은 방어모드가 되었다고 했다. 마음이 가려는 순간 잘 잡아채서, 또 비슷한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이 이상 나가지 말자, 잘못되면 나만 힘들고, 이번에도 속단할 수 없노라고. 그런데 그렇게 맘을 잘 묶어둘 수 있게 되니 이제 연애는 있어도 사랑은 없다고 했다. 언니는 얘기만 들어도 힘들어 보이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내가 부럽다고도 했다.

부러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남들 보기에 별 일 아닌 일도 결국 개인사에서는 개인적 부피로 힘든 일이 된다. 중요한 건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다루는 나의 태도니까. 그리고 이젠 누구를 함부로 손가락질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무척 나쁜 년이었던 순간이 있었으니, 지금 당신이 나에게 그런 순서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도.

@ Tasting Room

문희언니 완전 귀국. 블랙베리는 여전했지만, 뉴욕선 스노부츠 신고 지하철 타고 다니며 얼마든지 씩씩했는데, 와서는 사흘만에 넉다운되서 차 뽑아달라고 했다며 웃는다. 눈이 엄청 온날에도 한국 여자들은 힐신고 어머어머 하며 예쁘게 걸어가고 있었다고 짜증난다고도. 우리가 필리에서 만났던 게 벌써 10년 전이거든, 하는데 아 어른들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던 거구나 생각했다. 우린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시간은 가차없이 지나간다. 너처럼 길고 가는 애가 그 드레스 입어줘야 한다고 패션일 하는 티를 내는데, 난 언니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난 스물여덟인가 우드앤브릭에서도 같은 상대를 두고 똑같은 소릴 했었다).

@  Artisee

윤정언니에게 새 사람이 나타났다. 흐흐. 나이도 디지게 많고 머리도 벗겨져 가는 주제에 애정결핍에다 언니에게 정말 상처만 주고 언니 자존감에 나쁜 영향만 준 그 아저씨. 다음 번이란 게 있을까싶게 언니는 계속 그를 붙잡고 기억을 꺼내며 놓치 못했었다. 그런데 완전 하늘에서 떨어진 그 분 ㅋㅋ 아놔 그런 밝은 표정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그가 나온 학교도, 하는 사업도, 타는 차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았다. 언니에게 얼마나 다정하게 잘하는지, 얼마나 이야기가 통하고 따뜻한 사람인지, 얼마나 그 앞에서 평소대로 푼수를 떨고, 편하게, 언니답게 있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언니는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가 잘 안들어 올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언제 이 손 놓칠까 불안한 사람을 어떻게 평생 잡고 있냐고 말했다. 어쨌든, 올해 형부 덕에 예쁜 바다로 스킨스쿠버 하러 가야되능거 아니니. 요트도 타고 그 맛있다는 피자도 먹어주고. 언니가 그렇게 계속 밝은 표정이었음 좋겠다. 시간을 충분히 써서 축하하고 열심히 들어주지 못한 거 같아 미안. 진짜 언니 웃는 얼굴 보는 거 너무너무 좋거든. 평생 계속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어. 언니는 내가 세상에서 젤 부러워 하는 웃는 얼굴을 가졌으니까, 인류를 위해서 웃어야 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릴 하며. ㅎㅎ 둘다 항공수요의 영향을 받는데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것도 잘 맞을 것 같아. 언니가 공개해주기 전, 내 탁월한 검색 능력으로 어찌 생기신 분인지 다 보았음. 언니에게 온 봄을 축하해. 🙂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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