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주커버그가 주장하지 않아도

오늘 선배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워낙 익숙한 곳이어서 새로울 것도 불편할 것도 없는 장소인데, 다만 옆 테이블 손님이 거슬렸다. 얼핏 보기엔 그저 평범한 데이트인가 했다. 대화 내용을 듣지 않으려 해도 남자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자꾸만 대화가 우리 테이블까지 넘어온다.


종합하면 남자는 H고등학교를 졸업한 모 병원 의사. 과장. 유부남. 여자는 프랑스로 유학 갔다온 인테리어 잡지 에디터. 미혼. 둘은 서로 집안끼리 알고 한 때 연애도 했던 사이. 남자 말투가 완전 경우 없고 질이 안 좋은게 빤히 보여서, 옆에서 보면 누가 봐도 저 남자 최악이야! 딱 보니 사이즈 나오는데 저 안에 있는 사람은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인가, 인지하지 못한다니 신기할 뿐이다. 모르는 옆 자리 그녀 손을 붙잡고 아 저 남자와 얽히지 마세요 말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굳이 주커버그가 주장하지 않아도,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간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로 조금 공들여 검색하면 둘의 이름과 유부남의 와이프 이름 따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정도의 오지랖과 정의감이 있을 리 없고, 누군가 polygamy를 옹호하는 삶을 살건말건 내 알 바 아니외다. 하지만 최소한의 조심성은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파트너가 있는 사람이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나이 더 먹으면 생각이 달라질런지 모르겠으나. 그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결혼한데다 한 때 자길 좋아했던 남자를 1:1로 만나는 것이며, 남자는 있을 때 잘하지 놓쳐놓고 이제와서 뭐 어쩌자고 여잘 만나 자기 와이프와 장인장모 욕을 하고 있을까 싶었다. 낮말도 밤말도 들을 이가 참으로 많고, 세상은 갈수록 좁아져 가는데 겁도 없다.

“굳이 주커버그가 주장하지 않아도”의 6개의 생각

  1. 저는 예전에 스타벅스에서 맥북으로 작업하고 있는데 근처에 앉은 사람이 맥북을 켜서 finder에 “누구누구의 맥북”이라고 떴는데, 그 ‘누구누구’라는 이름과 그 사람의 겉모습을 관찰해서 그 사람 트위터 미니홈피 블로그를 찾아내고 미니홈피의 사진과 실제 얼굴을 비교해서 인증해봤던 적이 있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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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미 해보신 분 여기 있네. ㅋㅋ 나도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예전에 와인바에서 일할 때 단골이 유부남인 거 숨기고 여자 만나길래 화장실 간 사이에 저 남자 결혼한 거 아냐고 물어본 적은 있는데 ㅎㅎ

      이상적으로는, 사람들이 숨을 구석이 사라지니까 자의반 타의반 더 반듯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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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언니 근데 요즘 저런 유부남 완전 많대. 새로운 여자랑 바람 피는거보다. 지나간 옛 여인과 만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더라. 아. 정말. 저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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