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로 느껴요

새 아파트로 이사하고 여러 모로 불편하다. 나는 이렇게 먼 거리를 통학 또는 통근해 본 적이 없다. 학교는 늘 걸어서 10분 거리로 이사를 다녔고,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엔 매일매일 오만가지 사고가 많구나 놀라는 중이다. 또 이 정도면 운전 이제 잘한다며 으쓱했던 게 부끄럽다. 아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센 톤으로 욕을 해주고 싶을만큼 운전 습관 이상하게 든 사람들 많더라. 새삼 운전하고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겁나는 일인지 실감하는 중.

무엇보다 난처한 건 새집증후군이다. 얼굴이며 가슴팍이며 등이며 울긋불근 여드름인지 뭔지 빨긋빨긋 트러블이 잡아도 잡아도 튀어나오는 두더지처럼 올라온다. 엄마는 나이에 안 어울리게 아토피를 앓고 있다. 아빠는 아침마다 일어나서 앓는 소리를 내며 자도 잔 거 같지 않다고 툴툴거린다.

난생 처음 땅을 딛고 있는 집에 살아보고, 다시 이 고층 아파트에 살아보니 알겠다. 이 공간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한다는 걸, 그야말로 진짜 “피부로” 느꼈다. 먹고 입고 사는 기본적 조건들에 우리가 알지 못하고 컨트롤 할 수 없는 위험이 너무 많다. 도대체 무얼 넣어 지었길래 사람을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과학이며 기술 발전이 으시대며 자리 잡은 그 위치에서 슬슬 내려오셔야 할 때인 거 같다. 도대체 나아진 게 뭐란 말이요!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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