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취향이네
소개팅이 어렵고 짜증난다고 느낀 건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무슨 음악 좋아하세요?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주말엔 뭐하세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상대의 대답은 얼마나 신뢰해야 할지 감이 없었다.
어제 facebook의 like 버튼을 습관적으로 누르다가 아 진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겠더라. (우와, 저도 *\* 진짜 좋아해요~! 한국에서 ** 아시는 분 처음 봐요~) 내 취향이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브랜드, 장소 등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나와 친한 사람들 정보까지 다 갖고 계시니, 안냥이 좋아한 무언가는 나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내게 광고를 하겠다고 맘먹으면, 그 어떤 방식의 타켓팅보다 훌륭할 게다.(심지어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지도 몰라) 요새 디스플레이 되는 광고는 슬쩍 오싹할 때마저 있다.
이미 한 번의 클릭으로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기술이 있다하고, 이런 식으로 나에 대해 잘 아는 존재들은 점점 늘어만 가겠지. 여러 계절을 만난 사람보다, 어쩌면 나 자신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아는 존재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
게다가 위치정보까지 붙으면, 그는 나와 그 날 갔던 레스토랑이 어디었나 잊는대도, 사업자는 기억하는 날이 올 것 같다. 너, 너, 100일 전 이 날 한 장소에 있었드랬어(헉!) 최악으로는 payment 정보까지 붙으면(실제로 망+서비스+payment 다 갖고 있는데가 있긴 하자나), 그 때 먹은 메뉴는 뭐였고, 부가세 별도로 얼마가 나왔었어 (으악) 까지 알려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Like 버튼 따위 누르지 말고, 위치 정보 아무데다가도 넘겨주지 말고, 결재는 현금으로만 하면 이 무서운 상상에서 날 지킬 수 있을까? 아님 어짜피 변화하는 세계, 설픈 프라이버시 개념 따위 주커버그님의 지령에 따라 어여 잊고 그냥 광장라이프를 즐기는 게 맞는 걸까? 큰 형님께서 항상 너를 보고 계시다가, 괜찮은 물건이나 사람이 나타나면 네 취향이네, 하며 알려주시는 세상이 너무 금방 와버렸다. 아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