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지난 주부터 좋은 리더 또는 매니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둘 다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지. 또는 리더십이나 매니징 스킬이 연습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가 궁금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내 맘 깊이 가장 따르고 있는 두 남자의 구라(?)가 정확하게 일치해서 어디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인가 싶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진 않다. 리더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데 첫째, 의사 결정한 후에는 바보같아 보일만큼 신념을 갖고 실행하기. 둘째,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산을 가리켰을 때 산이 멋져서 따르기보다 의외로 그 손가락 주인이 가진 에너지를 따르므로, 전쟁터에 뛰어나갈 때 내가 제일 먼저 총알받이가 되는 걸 두려워 않는 태도. 오예, 말은 쉽지.

왜 기업이 계속 성장해야 하냐고 물어서 MBA한 아저씨들을 다 벙찌게 했던 건축가는 회사가 더 커질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덩치는 키울 수 있는데 가격 경쟁하는 판에 자꾸 들어가야 한다고. 지금 정도의 팀을 매니지 하기도 힘든데, 더 커지면 사람들 관리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질 걱정도 하셨다. 가격 경쟁하는 판에 들어있는 회사들은, 덩치는 큰 데 실제 수익은 그의 회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저씨 경영자 공부를 따로 한 건 아니어도 본능적으로 가치성장을 하려고 노력하시는 걸로 보였다.

문제는 그는 좋은 리더이지만, 웃기게도 아직 좋은 매니저는 못된다는 거. ㅠ_ㅠ 매일 3시간 정도밖에 못잔다고 하셨다. 자다가 새벽에 눈이 떠져서는, 그냥 출근한다고. 엑셀에 오늘의 태스크를 생각나는대로 다 적고 나서야 마음의 평화가 온단다. 그리고 아침마다 전 직원들에게 그 태스크를 쪼개 프린트해 주고, 저녁엔 걔들이 다 잘 되었는지 크리틱하면서 끝낸다고 했다. 본인은 실무에서 점점 빠지면서 전 직원의 비서가 되어가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지금처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하지 않아도 조직이 돌아갈 수 있는 방식을 말씀드려 보았으나, 문제는 디자인 작업의 퍼포먼스는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거다. 그냥 아, 보시니 좋았다 해야 할테니…. 이제 비서를 두셔야 할 때가 왔고, 아랫 사람들과 수익을 셰어하는 방식을 고민해보시라(자기 스테이크가 있어야 신이 나죠….)는 정도로 대화는 끝이 났다.

주변에 사업하신지는 좀 됐는데, 회사는 성장해도 좋은 매니저가 되는 법은 잘 모르시거나, 그런 사람을 밑에 두지 못하셔서 다크써클 무릎까지 내려오신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아무리 사업이 잘되신대도 안쓰러운 일이다. 블로그 들르시는 분들 중에, 매니징 스킬을 코칭해주실 만한 분 계시면 소개 좀 부탁드려요. 아우, 아저씨 그러다 마흔 줄에 훅 가는 수가 있어요, 라고는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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