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믿나요

1.

소설에서 보고 달달 외울 만큼 좋아한 말이 있다. 댄 브라운이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가물가물. (뇌주름을 다리미로 꾸준히 펴주고 있는 게 분명해….)

종교는 언어나 옷과 같아요. 자신이 자란 곳의 습관에 자연히 이끌리지요. 하지만 결국 같은 것을 주장한답니다. 삶은 의미가 있다는 것, 우리를 창조한 힘에 감사한다는 것.

나는 내가 성인이 되어 내 의지로 종교를 선택한 것이 부모의 철학인 줄 알았는데, 오늘 엄마와 얘기하다 보니 너 주일학교 보냈더니 엄마의 신을 나한테 강요하지 말라고 반항했다며 기억 안나냐고 한다. 냐하….

2.

2010년, 당신 뜻은 무엇일까. 엄청난 이모셔널 롤러코스터를 타고 업다운이 무지막지한 한 해를 지나고 있다. 난생 처음 신년운수를 본 엄마는, 11월에 엄청 좋은 일이 있대~ 하며 눈을 반짝였더랬는데. 엄마 도대체 그 좋은 일이란 게 뭘까?? 진짜 모르겠어…. 고해 빡시게 하고 기도나 하시오.

올해 캘린더엔 내 의지와 예상에 완전 반하는 사건도 있고, 뭐라고 변명을 해보아도 결국은 내가 한 선택이고 내 탓이오 세 번 외칠 사건도 있다. 정말 인간이 이렇게 허구헌날 울고 짜고 찌질할 수도 있구나 싶은 해. 스스로 resilience가 너무 떨어진다고 매일 아침마다 반성했지만,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 싶게 몹시 자주 무너졌다.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내 외연은 구라일 뿐…. 센 척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

사적인 일, 공적인 일 모두 엉망진창으로 엉켜버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마음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다. 숨이 들고 날 때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는데, 아 하느님 어떻게 이래도 감사할 수가 있나요. 원망스러운 마음이 자꾸 든다.

3.

신부님은 욕심을 따르지 말고 사랑을 따르라 하셨다. 담담하게 하시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저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 얼마나 힘든 주문인지 알겠다.

페이백 기대하지 않고 마음은 온전하게 쓴다. 토할 때까지 울게 되더라도 내가 한 선택이니 내가 책임진다.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이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그 사건을 다루는 내 태도니까, 힘들어도 내게 생명이 주어져서, 살아있어서 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기도하려고 노력한다.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한 어떤 상황, 상대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올해 당신이 내게 주려 하신 의미가 무언지 알려면 한참 더 살아봐야겠다.

“신을 믿나요”의 4개의 생각

  1. ‘엄마의 신을 나에게 강요하지 말라’ <- 그 상황에선 확실히 센 멘트였네요; 센 만큼 바람직한 과정이었다라고 생각합니다.ㅎㅎ

    + 최근 방문하게 되었는데, 예전 글까지 차곡차곡 읽고 있습니다;
    포스팅 내용 하나하나가 계속 읽게끔 만들어 주네요. 글들 좋아요. ㅎㅎ
    (지난 글이라 댓글은 망설여 져서 최신 글을 틈타 도장 찍어요;)

    좋아요

    1. 별 것 없는 넋두리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바람직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설사 그게 모두 착각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의지를 갖고 선택했다’라는 느낌이 저에게 많은 힘을 주거든요. 홍홍.

      콩딸라님 블로그도 재밌는 그림 많네요~

      좋아요

  2. 무신론을 믿지만, 고독감에 몸부림 칠 때 신을 믿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생각한 적 솔직히 있습니다.
    신이 있는 지, 없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 선택한 길에서 어떤 삶을 만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멜 누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좋아요

    1. 안녕 결 🙂

      난 좀 사이비라서… 심지어 꼭 “신의 뜻”이 아니라도 세상의 운행 법칙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말한대로, 삶은 의미가 있으니, 의미를 만들려고,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나를 지금 여기 존재하게 한 힘이 무엇이 되었건, 그 힘에 감사하는 것… 이 하려던 말의 핵심.

      글 잘 봐주어 고맙구요… ^^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