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축복하며

아아, 이를 어쩌지. 나는 이모가 되었다!! 이미 주변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정말 소중하고 아끼는 친구의 출산은 기분이 완전 다르더라.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 간다는 친구 남푠의 트위팅 덕에 밤에 잠이 하나도 안왔다.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무섭기도 하고. 아 그 가늘고 여리여리한 년이 얼마나 겁날까 싶기도 하고.

세상 일은 다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일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가 만난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였을까. 그녀와 그녀가 낳은 아기에게 이모가 되어줄 셋, 이렇게 네 명을 우린 ‘한 때 신촌에 살았던 사람들’을 줄여 ‘한신살사’라고 불렀다. 히히히. 글로 쓰고 있으니 유치해 죽을 거 같네….

새벽부터 종일 폭풍 문자질 끝에 저녁에 승히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 내 꿈은 정말 좋은 엄마가 되는 거라며 헛소리를 하고 다녔는데, 이건 뭐 엄마는 커녕 좋은 이모 될 자격이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승히는 웃으며, 사랑 가득한 부부가 낳은 아이이니 그 따위 거 없어도 충분히 잘 자랄 거라고, 이모들은 그냥 선물이나 사주면 되는 거라고 했다. 🙂

그리고 튀어나온 몇 개의 케이스들. 발달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여러분들,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를 부모님께 엄청 감사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게 무슨 의미인지 다시 한 번 곱씹는다. 지금 이렇게 커서 숨쉬고 사람노릇하게 되기까지 공짜로 된 게 하나도 없다. 나의 기질을 잘 관찰하고 적시에 일관된 반응으로 잘 키워주신 부모님이 대견(?)할 뿐. 차병원 커피빈에 한 시간만 앉아있어도 국가고시 부모 자격 시험이라도 봐야하는 게 아닐까 싶은 엄마들 너무 많으니까. 좀 쓸데없이 신파극으로 가면, 제대로 한 번 어미에게 안겨보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아이들도 세상엔 너무 많다. 뭐, 그걸 새삼 인식한다고 내가 부모한테 하는 꼬락서니가 달라지는 건 절대로 아니다. ㅋㅋㅋ 어쩌겠어 나는 자식이고 당신들은 부모인 걸.

유난 떨 것 없이 다들 하는 거라 다른 말을 덧붙이기 힘든 일들, 예를 들어 부모가 되는 일, 세상의 자식이 모두 2번씩은 겪는, 부모님과 의젓하게 이별하는 일 같은 것들이 이렇게 엄청난지 예전엔 몰랐던 것 같다. 언젠가 이별할 일만큼, 이렇게 설레이며 새로 만날 일도 있고, 이 뻔한 순환의 과정이 위로가 되는지도 잘 몰랐다. 난 캘린더에 되풀이로 “대박이 생일”이라고 치면서, 내가 챙기고 지켜야 할 사람들이 늘어나도, 앞으로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져도, 이 날을 잊지않고 기억하고 축복하며 네가 세상에 와준 걸 꼬박꼬박 챙길거라고 다짐했다.

기정아, 정말 대견하고 축하하고 사랑해. 이런 장문의 글은 좀 오버인 거 같긴 하지만 ㅋㅋㅋ 잉어를 구해주꾸마!

“생명을 축복하며”의 2개의 생각

  1. 어제 오랫동안 마음 졸이며 인큐베이터를 바라 보던 친구의 애기를 봤습니다. 어찌나 신기한지…
    그리고 아빠된 친구의 얼굴에 묻어나는 책임감이란…
    건강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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