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라 하오시면

1.

얼마 전에 썼던 <나를 따르라> 외전 쯤 되는 글. 어떤 힘이 사람이 사람을 따르게 하는지, Leader와 Follower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좀 더 진지하고 고통스럽게.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리더십, 영향력(influence), 끌림 등등 여러 가지 단어로 그 힘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머리 검은 짐승의 마음을 사고, 내가 의사 결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계속 궁금하고 신기하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야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그런 엄청난 거 없어, 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거야 웃기고 있어, 하며 덮어버리기를 반복한다.

나는 다른 인센티브는 중요치 않고, 상대가 내가 따를만한 사람인지가 중요하다고, 그런 사람이 맞냐고 질문했었다. 생각해보니 말로는 증명할 길 없는 그런 질문을 왜 했는지 대략 우문이었구나.

마음대로 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운다.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스스로 온전히 책임지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배운다. 내 의지로 선택했다고 착각하지만, 그 의지가 굳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외부요인이 작용하는지, 때로 그런 요인들이 내가 고를 수 있는 옵션을 얼마나 많이 빼앗는지를 배운다. 이 과정은 숨쉬는 게 힘들 정도로 마음 아프고, 때로 미숙하고 비겁하다. 그러나 다르게 쓰면, 이 정도는 마땅하다 느껴질 정도로 충만하고 반짝이며 감사하다.

지금 나는, 내 마음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또한 이미 말한 적 있듯, 함부로 타인을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2.

“딸”이 “따름”의 준말이라는 얘기를 주워들은 적이 있다. 아버지를 따르다 남편을 따르게 되는, 딸.

언젠가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며 단호히 말했던 게 얼마나 싸가지 없나 이제야 깨닫는다. 일정 수준의 돈은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아주 중요하더라.

요 며칠 스스로를 들여다 보니, 나는 그저 이유기를 벗어나지 못한 “딸”일 뿐이었다. 숫자와 계약은 남자들의 세계, 아버지의 세계, 나는 그런 거 모르고 살래요, 말랑하고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내 어미가 살았던 모양으로. 끝자락이 헤지려는 코트 자락을 하고, 술과 담배와 겨울 냄새가 섞인 가장이 귀가하면, 그를 끌어 안으며 나를 지켜줄 존재가 돌아왔다고 안도하면 충분했던 딸.

아무리 나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사람도, 상황과 시간 앞에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월급의 일부를 원천징수 당하고 난 그런 거 모르고 살래 꺄르륵 즐거웠던 나는, 가족의 재정상태를 들여다 보며 아 이 짐이 정말 무거운 거였구나 이제야 안다. 늘 어미보다는 여자였던 엄마는 점점 더 아빠 대신 내게 기대오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서는 지속적으로 우아하기 어렵다는 걸 배운다.

이제서야 안다. 내가 얼마나 따르기만 해왔는지를. 딸은 소중한 걸 지킬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의 세계를, 반드시 배워야 할 때가 왔다. 어리광은 끝났다.

6 thoughts on “따르라 하오시면”

  1. 부모님이 그대를 멋지게 키우셨다고 나름 생각했었는데…아마도 미리 준비를 시키신게야…
    어쩌면, 오늘도 미리 준비된것 일지도…책상머리 붙여둔 글귀를 읽어주고 싶군.
    가끔은…묵묵히 하루의 일을 행해야 할 때가 있더라고…오늘이 지나면 조금 어른이 될 것이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슬픔이 그대의 삶에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버릴때면
    그대의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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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요새 매일매일 제가 얼마나 모자란지를 새롭게 실감하며 살고 있다지요. 히히
      차장님에게 “도끼녀” 별명을 붙인 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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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 하나 온전히 책임지는 것도 나는 버거운데.
    어찌 다섯사람이나. 그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텐데 그냥 살아내는걸까.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은 더해만 간다. 그런다고 내가 잘하지도 않지만.
    그나저나 네가 쓰는 글을 보면 너나 나나 엄마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구나.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 엄마가 더. 어쩌구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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