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씨에게 지속가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하여

이 글에선 그를 ‘좀비 씨’라고 부르기로 한다.
하필 좀비 씨가 된 사연은 맨 마지막에. ㅎㅎ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좀비 씨가 누나, 나 이런 아이디어가 있어요, 심장이 얼굴에서 뛰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설명할 때는 진짜 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저러다 말겠지, 몇 달 하다가 치우고 그냥 병특 회사나 왔다갔다 하고 연애나 하겠지 했다.

힘 닿는대로 그 회사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지인들을 찾아 회사 소개서 같은 걸 돌려주긴 했지만, 막상 다만 몇 천이라도 꽂는 곳은 안 나왔다. 괜찮아 보여, 이런 상황에서 쓰면 좋을 것 같아 정도의 말이 오갔을 뿐. 중간 중간 고민이 있어요 이슈가 있어요 이야기 할 때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몇 마디 ‘관전평’을 날렸을 따름이다. 늘 나는 말만 많지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문순이이자 이미 엉덩이 무거워진 늙은이일 뿐이었고, 좀비 씨를 비롯한 어린 친구들에게 바람은 잡아놓고 정작 나는 마른 길로만 가려하는, 심지어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있었다고 그 방향으로 난 모든 길에서 도망가고자 했던 겁쟁이일 뿐이었다.

오늘 좀비 씨가 복잡한 표정으로, 예전과 좀 다른 차원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확 느꼈다.
어머 너, 엄청 컸구나.
우리가 처음 만난 인연이 그런 관계였기 때문에, 좀비 씨를 더 어리게 봤는지도 모르겠다(말 지지리도 안 듣고 고집 센 선수와 코칭 스텝 정도? ㅋㅋ).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누나가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거 다 만들어줄 수 있어요, 구현은 문제 없어요, 할 때 하이고 그 놈 참 구라도 쎄게도 친다, 생각했었다.

지난 겨울 내가 제대로 속 얘기도 아니하고 징징거릴 때, 네 위로가 자주 고마웠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야. 진심 오늘 좀 감동했거든. 이런 저런 고민에 속이 계속 시끄러웠었는데, 신기하게 좀비 씨와 대화를 하면서 깔끔히 정리된 기분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서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받기도, 때로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나보다.

좀비 씨의 고민에 내가 “지속 가능한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지금 좀비 씨의 성장 속도를 봤을 땐, 머잖아 힘들어 질 듯 싶다. 어느 날엔가는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허나 속으론 누나 잘 아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잖아, 라고 말할 날이 올 듯 싶어 왈칵 마음이 급해졌다. 성질 못된 내게 자극은 선배들보다 후배들에게서 온다.

뭐 예상하셨겠지만 이런 글은 뻔하고 허무하게 끝낼 수 밖에 없다. ㅋㅋㅋ
나도 분발할 테니, 좀비 씨도 분발해 주세요. 이 정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이 갔고, 오늘 들은 지표도 훌륭했고, 네 성장 속도도 훌륭하여라.

아참, 그가 좀비 씨가 된 사연인즉슨
어느 창업팀이나 요새 개발자 구하기가 참 어려운가 보더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게장을 먹으며.

“그래서 좀비 킹이 있어야 돼요.”
“무슨 소리야?’
“정말 잘하는 슈퍼 개발자가 있으면 그 사람 보고 다른 개발자들이 모이거든요. 좀비 킹이 있으면 좀비가 늘어나듯이요.”

살짝 송구하오나 참 좋은 비유같다. ㅎㅎㅎ

4 thoughts on “좀비 씨에게 지속가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하여”

  1. 왠지 제가 아는 그 사람 일 것 같은 느낌이 조심스레 듭니다만.. 🙂 너무 따뜻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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