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식

얼마 전에 동생이 올린 글귀가 좋아서 자꾸 떠올린다. 내용이 뭐냐면,

영화는 삶의 한 방식일 뿐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런 얘기를 한 감독이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회사원들이 직장 다니는 것보다 월등하게 훌륭한 일입니까? 그렇지는 않죠. 잘 찍는다고 해서 개같이 굴면, 그건 그냥 개에요. 영화 잘 만드는데, 사람이 좀 이상하다, 그럼 이상한 사람인 거에요. 그 삶이 훌륭해지려면, 그 사람 자체가 훌륭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2012.05.18. 김우형 감독님. 만욱 페이스북에서 재인용.

나는 동생이 “영화”라는 단어를 써서 문장을 완성했을 때, 그 자리에 대신 “사업”이나 “창업”을 넣어보는 버릇이 있다.

“잘 한다고 해서 개 같이 굴면, 그건 그냥 개에요. 사업 잘 하는데, 사람이 좀 이상하다, 그럼 이상한 사람인 거에요. 그 삶이 훌륭해지려면, 그 사람 자체가 훌륭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런 식으로.

요새 워낙 창업 열풍이라 마치 회사원들이 직장 다니는 것보다 이것이 월등하게 훌륭한 일인양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지만, 글쎄. 창업은 리스크를 택하여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는 일이겠으나, 어떤 방식을 택하여 삶을 살던 그건 개인의 몫이다. 무언가를 더 권할 필요도, 말릴 필요도 없는 일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 제약 조건이 다르고, 언젠가 팀 멤버가 말한대로 창업을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 중에서 굉장히 선택받은 사람들에 속한다. 대학 교육을 받았고, 당장 먹을 거리를 걱정하는 부양 가족이 없는 정도. 이것만 해도 엄청 선택받은 것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업 하는데 그냥 사람된 도리로써 하면 안되는 일, 예를 들면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권력 차이를 이용하여 약자를 희롱하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명성을 얻는대도 이상한 사람이다. 리사는 내 딸이 아니에요 헛소리 하던 잡스옹이 좋은 여자 만나 철나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기록을 남겼대도 개새끼였을 거다. ㅎㅎㅎ

내가 가장 상위에 두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 의사 결정의 원칙은 무엇인가. 혹시 이런 질문은 한지 너무 오래된 게 아닌가? 그렇다면 훌륭함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건 어떤가. 신앙이 있는 사람은 신께, 없는 사람은 스스로에게라도 물어 반드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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