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여사를 응원하며

1.

엄마는 회사 바로 옆 자리 앉은 동료랑 연애 결혼했다.

지금도 사내 커플이 결혼 후 둘 다 회사를 다니긴 눈치보일텐데 그 시절엔 더했겠지.
일 못하는 보스를 못견디고 인사팀으로 찾아가
보스를 짜르던지 나를 짜르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며 세상 대찼던 엄마는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가 되었다.

중간중간 다시 일하려고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평생 부모님 두 분이 싸우는 장면이 내 기억엔 없는데,
딱 하나 있는 장면이 엄마가 다시 취직했을 때였다.
외국계 회사에 어렵게 취직하고 출근 날짜까지 다 협의 했는데
일 하지 말라고 아빠가 언성을 높이고 있던 장면.

그렇게 집에 들어앉은 엄마는 견디질 못하겠는지 오만 잡다한 걸 배우고 또 배웠다.
방송대에서 학위를 따고, 미싱으로 옷만드는 법을 배우고, 상담 자격증을 따고,
내가 고3일 땐 같이 공부한다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한식 조리 자격증을 따고,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아 다 기억도 안나. 아무튼 엄마는 계속 뭘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은 슬슬 할머니로 렙업하고 계시는 나이에
결국 일을 벌렸다.

 

2.

덕분에 요새 내 인생이 고단하다.

블로그를 만들어 드리고, 검색 등록을 하고, 페인트 칠, 가구주문/조립/배치를 하고,
컴퓨터 세팅하고 스마트폰에서 블로그 업데이트 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이하 생략)

요새 매일매일이 짜증 게이지 신고가 갱신의 나날.
이런 걸 모르고 산 임 여사의 세상이 얼마나 작았을까 싶기도 하고,
왜 아직도 컴퓨터는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쓰기에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한심해 하기도 하고,
내가 천, 이천쯤 쉽게 생각하는 광고비들이
영세 사업자들에겐 얼마나 큰 돈일까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대표가 된 임여사를 응원하며
지인 여러분,
용산구 언저리에서 집 구할 때, 사무실 구할 때 한 번쯤 떠올려 주시길.

2 thoughts on “임 여사를 응원하며”

  1. […] 임 여사가 대표님이 된지 일 년이 됐다. 나는 내일 모레 환갑을 앞둔, 나와 동생을 낳아 키워내는 30년 넘는 시간 동안 내내 주부였던 여자를 과소 평가했다. 시작할 무렵 그녀는 참 어리버리했다. 임 여사님이 손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 이 일을 어쩌면 좋아 안절부절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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