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사람

지리한 버팀의 시기에, 외주 클라이언트로 만난 분이 있다. 영리법인이 아닌데도 일해 본 어떤 기업보다 스마트한 조직이 인상적이었는데, 그곳에서는 봉사하시는 거였고, 당신이 하시는 사업은 따로 있는 사장님이었다.

일이 끝난 후에도 계속 다른 일을 소개해주셨고, 당신도 이걸 배워보고 싶으시다며 자주 전화하시고 찾아오셔서 내 시간을 빼앗고 속을 뒤집어 놓으셨다. 딸래미가 학교 후배인데다 하필 또 딸래미 이름은 나와 정확하게 일치. 나이도 있으셔서 짜증은 날지언정 거절하기는 어려운 분이었다.

한 달쯤 잠잠하시다 싶었는데, 오늘 보여주신 작업 결과물들이 놀라웠다. 딸 통해서 이대 도서관에 있는 관련 책들은 빠짐없이 빌려보셨다고 했다.

배우는 자세는 나이가 먹고, 고집이 생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록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 아저씨가 한참 날 괴롭히실 때, 나는 이 분이 하실 수 없는 일에 애쓰신다 생각했다.

내가 저 나이 먹어 생판 모르던 걸, 친절하지 않은 목소리 들어가며 묻고 또 물어 배울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시다고 앞에서 대놓고 칭찬해 드렸다. 진심으로 감동했다. 거절 못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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