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기운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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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비나더가 한국에 정식 런치할 예정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까지 프리 쉬핑이 되는 걸로 나와 이걸 어쩌나 싶었더니 결국 그 가격이 거의 정확히 한국 가격이다. 요샌 직구 다 고려해서 프라이싱해야하니 쉽지 않겠다.

공홈은 내가 본 주얼리 쇼핑몰 중에 젤 잘 만든 것 같은데, 여러 아이템을 골라 가상으로 레이어드해볼 수 있게 되어 있고, 반지를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 가장 큰 허들인 사이즈는 프린트해서 기존 반지를 대보고 가늠할 수 있게 해놨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지. 잘되는 브랜드는 서로 닮았고, 안되는 브랜드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안되는 것 같다.

신세계에서 팝업스토어 하고 있다. 본점 신관 1층 5월 22~28일, 강남점 1층 6월 1~11일. 아이고 사업 아이템 바뀌고 나서 제일 힘든 점 중 하나는, 쇼핑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다.

현대차랑 미팅인데 외제차 타고 가느니 택시타고 가야하는 것처럼, 패션 브랜드와 미팅이 있으면 그 브랜드의 아이템, 가능한 이번 시즌에 나온 걸로 걸치고 가는 게 좋다. 정말 한 브랜드에서 그동안 누적으로 내놓은 아이들이 수만가지일텐데, 매의 눈으로 알아보고 꼭 한 마디 한다. 저희 무슨 라인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그냥 애정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선배는 그게 “예의”라고까지 말한다. 헉 예의는 좀 과한 표현 아니유? 높은 사람들일 수록 스캐닝하는 속도와 깊이가 장난이 아니고, 어느 중요한 자리에 잘못 입고 가면 한 계절 내내 뒤에서 씹히는 수가 있다고 했다. 아니 외모로 사람을 그렇게 판단하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너무 하긴, 이 동네 업의 본질이 딱 그건데 당연한 거지.

레스토랑을 여러 개 갖고 있고, 건축과 부동산 개발을 전공한 분에게 물었다. 레스토랑을 새로 내실 때 제일 먼저 뭘 보세요? 모 브랜드가 이렇다 할 출점 전략이 없이 주먹구구식이라 하여 요 며칠 고민하다가 한 질문이었다. 내 주변에서 떠올릴 수 있는 스타벅스의 루빈팰드와 젤 비슷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니까네.

땅의 기운을 보지.

뭔 소리야 이게. 아저씨 지금 고등교육 받고 유학갔다와서 가방 끈 몹시 긴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말해서 그렇지 주변의 이미지를 떠올려. 예를 들면 도산공원 근처는 밝고 환하고 햇빛이 비치는 느낌인데, 이태원은 좀 퇴폐적인 느낌이어서 도산공원을 골랐어, 뭐 이런 식이었다. 오잉 저는 도산공원은 좀 늙은 느낌이고 이태원이 더 밝은 느낌인디요. 그러게 그건 좀 주관이 개입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이미지가 중요해. 어짜피 여기 오픈 전엔 상권 다 죽어서 길 앞에 지나다니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었어.

데이터 안 보고 감에만 의지하는 결정도 위험한데, 감없이 데이터만 들고 하는 결정도 허술하다. 인생 모든 것은 밸런스.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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