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생각 많이 하면 늙는 거라던데
– 2008년 M본부에서 비즈스파크 런치할 때는 startup이라는 단어를 번역하며 그냥 한글로 스타트업이라고 쓸까 벤처기업이라고 쓸까 초기기업으로 할까 고민했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일간지에서도 쓰고 있다. 국어야 미안해.
– 그 해 벤처기업인증을 받은 몇 백개 테크 회사들에게, 매일 한 통씩만 걸면 돼, 하고 다 콜드콜을 걸었다. 주말엔 쉬어야 하니까 가끔은 두 통 걸지 뭐. 바보같이 일한다고 욕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TM은 벤더 쓰라며. 그 땐 겨우 백개 단위였는데, 요샌 연 한 2천개는 생기지 않을랑가.
– 포트폴리오사들에게 비즈스파크 소개해달라며 처음 만난 게 본이었다. 테헤란로 어드멘가의 스벅이었던 듯. M본부가 뭐하러 이런 걸 하냐고 단속용 DB쌓는 거 아니냐고 의심가득한 눈으로 보시던 강이사님 표정이 기억난다.
– 블루홀은 일반적인 스타트업 규모에서 쓰기엔 훨씬 많은 직원들이 라이센스를 써야해서, 여긴 해줘도 괜찮다고 본사 담당 설득하느라 진 뺐었다. 그거 명수 제한 풀어줬다 영업 쪽에서 엄청 다굴 당했던 기억도 나고
– 테크 인더스트리에서 ‘조직’의 초기를 케어하는 게 비즈스파크였으면, ‘사람’의 초기를 케어하고 육성하는 건 드림스파크랑 이매진컵 등등 이었다. 보통 아이들은 이매진컵 » 삼성멤버십 » 삼전의 테크트리를 탔다. 가끔 나오는 창업 건은 아주 예외.
옛날 미투를 떠올리게 하는 서비스, 어라운드를 만든 신상이를 보며 정말 사람도 기업도 크는구나, 사람과 기업의 초기단계를 케어해야 생태계가 풍부해지는 건 맞는 방향같다 회상해본다.
그 때도 M본부 사람들은 영어공부를 해야하는데, EBS 영어지문을 외우고 있는 바보짓을 했다. 그 와중에도 그러나 바보짓이라규 괴로워하느니 지문을 잘 외우면 영어가 늘기도 했다며…
– 신상이에게 나름 오랜 시간, 관찰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1인 가구로 가득한 도시는 외롭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아직 신이 났고 힘찼다. 몇 년 더 해보면 그도 다른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지.
– 나는 내가 먼저 일을 벌린 후 사람들을 모으는 모습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조력자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난 그 불안의 무게를 다 버텨낼 자신이 없다.
– 결론은 딱히 없다. 그 많던 몇 백개의 회사들은 어떻게 됐을까. 나중에 단속 나오는 거 아니냐며 따지는 이들이 많았는데, 3년을 채우고 졸업한 곳들이 몇 퍼센트나 되려나. 3년 살아남고 다시 이야기하시죠, 하면 엄청 싸했었다.
살아남아 다시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