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자리

비즈니스 사이즈에 관계없이 대장 노릇 하는 건 외롭다.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혼자 좋은 방에 앉아있는 대표님은 외로워 보였다. 눈치보고 있으면 밥 같이 먹을 사람 없는 날인 각이 느껴졌다. (아무도 그와 놀아주지 않았다!) 상태가 심해보인다 싶으면 비서 언니에게 물은 후, 아무 것도 모르는 여직원 얼굴을 하고 방문 앞에 기어가 대표님 맛있는 거 사주세요 배고파요 징징징을 시전했다. 스물 몇 살의 나는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남자가 밥을 혼자 먹을 수 밖에 없어 도시락 따위를 사다달라 부탁하는 장면이 너무 안쓰러웠다.

아직 한 줌, 열 명 될까 한 스타트업의 대표도 외롭다. 모두와 1:1을 하고, 일이 되게 하고, 속도가 나게 하고, 그리고 가능한 사람들 마음도 살피려 애쓴다. 객관적으로 다른 팀이 어렵게 푸는 이슈를 그의 개인적 능력으로 쉽게 푼 편이지만, 멤버들은 그걸 잘 모른다. 하루 종일 한 명 한 명의 문제를 듣고 나서는, 제 문제는 누가 들어주냐고 외치고 싶다고 했다.

대장도 아니었음에도, 나 역시 마음에 바람이 자주 불었었다. 어느 회사의 대리, 과장, 부장 친구들과 어울려 회사 욕, 상사 욕하는 걸 듣고 있기가 괴로웠다. 어쨌든 주어진 상황 안에서 성과를 내고 네 밥값을 하던가, 상사가 영 거슬려서 일이 안되면 수단과 방법을 다해 그 인간을 치워버리던가, 아니면 나가던가. 욕하고 운다고 뭐가 해결되니. 나는 그 시절 직장인의 평범한 마음에 잘 공감하지 못했다.

이보다 잘 하실 수 있나요 묻고 싶은 그도, 출근하기 전 울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가면을 쓴다고 했다. 엄청난 감정의 업다운이 있더라도 잘 눌러담은 후 세상에서 가장 에너제틱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오피스로 간다. 사적으로는 그 어려움이 마음 아프고, 공적으로서는 그 절제가 존경스럽다.

회사가 작아도 커도, 이끄는 사람은 외롭게 되어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맑은 얼굴들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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