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와 함께 본 조이

지인이 아닌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도 있으니 소개부터 하면 나는 작년 여름까지 조이코퍼레이션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경력에서 가장 긴 시간동안.

페이스북에서 영화 <조이>의 예고편 영상을 발견했다. 처음 한 생각은,

어쩔, 진짜 SEO 망했구나

애초부터 SEO 따위 포기한 이름이었지만, 심지어 창업 스토리 영화가 나오면 어떡하란 말이냐. 단체관람하자고 회사 그룹에 올렸고, 시사회 티켓으로 야근자가 아닌 이들이 같이 봤다. 스펠은 다르지만 조이라는 발음이 들릴 때마다 내 얘기인 것처럼 몰입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창업 이야기다.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꽤 각색됬지만) 실화다.

그냥 감상 몇 줄 적자면

  • 내가 불편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내가 피부로 느꼈던 문제에서 시작하는 게 정답이다.
  • 저 시대와 비교하면 요즈음 우리가 이야기하는 창업은 참 쉬워졌다. 자본 시장의 지원 면에서나,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채널 면에서나.
  • 지금은 지루+고루해졌지만, 홈쇼핑 방송이 지금의 킥스터터나 인디고고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다. 요샌 그 시절처럼 홈쇼핑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실제 인물의 이름도 조이였단다.

위키피디아 링크. https://en.m.wikipedia.org/wiki/Joy_Mangano

어디까지가 실화인지가 궁금하면 아래 링크.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아직 보지 마시고. 맨 아래 동영상 중 가장 위에 있는 대걸레 파는 인포머셜을 영화랑 비교해보면 재밌다.  http://www.historyvshollywood.com/reelfaces/joy/

알고보니 나도 그녀가 만든 제품의 은혜를 입었는데, 흘러내리지 않는 “허거블 행어”의 발명가였다!! 아마도 글로벌로는 특허 방어를 잘 못 했던 것 같다. 한샘이나 중국제 제품이 흐르고 넘치니까. 처음엔 허거블 행어를 샀고 후에 더 싸게 나온 카피 제품을 산 기억이 있다. 어쨌든 이 옷걸이 없었으면 옷장 속 공간이 지금보다 더더욱 부족했겠지. 고마워요 조이.

작년에 많이들 보셨을 <인턴>보다 창업가에게 많은 걸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는 영화다. 특히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계신 분들은 꼭 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내 주변에 둬야 할 사람과 끊어내야 할 사람들 사이에서 고민이신 분들께도.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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