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Lambda School – Computer Science Major
12월 코호트에 합격해서 수업을 듣고 있다. Lambda School은 Y 컴비네이터 출신으로, CS와 AI 코스를 오퍼한다. 엔지니어로 취업하기 전까지는 수업료 낼 일 없다는 데 혹했다.
스타트업으로선 좀 아쉽다. 실행력 엄청 좋은데, 제품은 없다. 모든 수업은 zoom으로, Q&A는 slack을 사용한다. 서부 시간 오전 8시 – 오후 5시까지 아침에 한 시간 알고리즘 문제를 풀고, zoom으로 수업을 하고, 페어/개인 프로그래밍 시키고, daily standup 하고. 소소한 장치들을 계속 넣었다 뺐다 하면서 수업 방식을 두고 실험을 하는 게 눈에 보인다. 아쉬운 점은
- 내 경우 slack의 실시간성이 몰입을 방해한다. 정신이 없다.
- 인강에 익숙한 한국 살암 잠깐 놓친 부분 잠시 돌려 보기도 해야하고, 1.5배속으로 볼 수도 있어야 하는데, 굳이 왜 오프라인 강의도 아닌데 실시간으로만 해야하는지 의문.
- 자막 있는 강의에 익숙해 있다가 없이 보려니 순간 순간 못 알아 들을 때가 있다.
- 교수자가 라이브 코딩하다 안 풀릴 때 삽질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경우 답답.
- 웹페이지 소개에는 코드 리뷰를 꼼꼼히 할 것 처럼 써놓았지만 막상 제출한 코드를 누군가 시간 내서 봐주는 것 같지 않다. TA가 looks good 외치고 끝.
- 제일 힘든 점은 8시부터 시작하는 거. 저혈압 인간에게 오전 시간은 힘들다.
좋은 점은 일반 대학 커리큘럼과 비교하면 대학은 여러 과목의 진도를 한 학기/16주에 펼쳐놓지만, 여긴 소주제를 한 주에 끝내버리는 것. 실시간인 게 단점이자 또 장점이기도 한데, 8 to 5 책상 앞에 앉혀놓으니 뭐라도 하게 된다.
SDU – Computer Engineering 전공 3학년 편입
한국에 있었으면 방통대를 생각했을 텐데, 시험기간에 학교에 갈 수 없어서 원격대학들을 알아봤다. 미국 대학 대비 가격이 워낙 훌륭했고, 그동안 여기 저기서 MOOC 수업들을 많이 들어봤는데 생각해보면 한국엔 원격 대학교가 이미 있구나 싶어 비교해 보고 싶기도 했다.
한 달 수업 들어본 것만으로 평가하기 좀 이르지만 기대보다 수업 내용이 좋다. SDU의 정돈된 커리큘럼과 Lambda의 약간 정신없는 활발함이 좀 섞이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세라 수업별 포럼 같은데서 서로 질문하고 답해주는 것 같은 적극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2주 동안의 윈도우를 주고 그 안에 한 주차 수업을 들어야 하고, 한꺼번에 진도를 빼버릴 수 없다. 물론 기말 다 되어서 몰아보기도 할 수 없다. 학부니까 총 6과목을 따라가려면 꼬박꼬박 매일 한 과목씩은 들어야 하고, 보통 3주마다 퀴즈나 과제가 있어서 전공으로만 채우니 꽤 빡빡하다. 3학기 안에 끝내는 게 목표.
다만 교수님들 동영상에 정장 차림으로 등장하는 거 진심 어색하다. 이 바닥에서 넘나 보기 힘든 수트 차림… 수강 신청할 때 의도적으로 여자 교수님 과목을 찾아 넣어서 그래도 2과목은 여자 선생님인 거 좋다. (람다엔 한 명도 없다). 문과에 여대를 나와서, 학교마다 여자 교수님들이 이렇게 적은지, 더군다나 STEM 분야에 여자 교수님이 이렇게 찾기 힘든 존재인지 전혀 감이 없었다. 현재 미국에서 STEM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2/3가 x파일의 스컬리를 롤모델로 삼아서 스컬리 이펙트라고도 한다는데, 미디어나 학교에서, 눈에 잘 띄는 롤모델의 존재란 너무 중요하다.
해외통신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해외통신원을 하게 되었다. 글값이 말도 안되게 싸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생각보다 한 달에 양 쪽에 한 개씩, 두 꼭지 글 쓰기도 쉽지 않다. 허구헌날 글을 쳐내고 마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기자들/ 다양한 포맷의 글쟁이들이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재미있는 건 둘 다 네이버 까페와 카카오톡을 업무용으로 쓴다는 거다. 허허 너무나 말도 안되게 느껴지지만 나름 적응 중. 그래도 예전엔 공무원들 네이버 같은 외부 이메일 주소 쓰는 것도 많이 봤는데, id@korea.kr 로 통일한 듯 보여 말끔해 보였다.
초보 집사
집사의 길을 걷고 있다. 보스턴 출장가는 반려인을 따라가서 놀다 왔는데, boarding 맡겼다가 찾아왔더니 아주 서러움이 폭발했다. 잘 울지 않는 애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야옹 야옹 말을 하는데, 날 그런 데다 놓고서 어디 갔었냐고 하는 것 같다.
TV나 책 보다가 울고 있으면, 슬퍼하는 걸 안다. 무릎으로 와서 앉거나 내 살에 자기 살을 대고 앉는다. 함께 사는 건 이런 거라고, 서로 위로하는 거라고 가르쳐 주는 고양이. 내가 얘한테도 위로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캔따개는 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