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줄 아는 사람

Georgia Tech OMSCS

조지아텍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온라인)에 합격했다. Lambda School이 끝나고도 나는 내가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커리어 코치는 너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며 충분하다지만 전혀 와닿지 않는다. 학교 졸업장은 이미 많다는 말을 뒤로 하고 지원했는데,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2017년에 나온 리포트를 보면 이미 한국계 학생이 50명이 넘던데, 한국어로 검색하면 별로 나오는 글이 없어서 뭐라도 적어봐야겠다 생각했다.

  1. 학부 전공이 CS나 CE, EE이고, 2) 관련된 커리어가 있고 3) 토플 점수가 100점 가까이 되면 크게 무리 없이 합격하는 듯 싶다. 에세이는 보통의 대학원 에세이보다 짧고 간단하게 쓰는 게 핵심인 듯. (잘 쓴 글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는 인상) 추천서는 꼭 교수님께 받지 않아도 된다. 커리어 중간에 일과 병행하며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다 늙어서 학부 선생님들께 연락해서 ‘저 기억 나세요?’ 하기엔 무리 아니겠음. 교수님이나 직장 상사에게 받으라고 되어 있지만 동료에게서만 받은 사람도 많이 봤다.

나는 1)에 해당하지 않아서 온라인으로 학부 수업을 다시 들었다. 한국은 방통대나 온라인 대학이 많고 학점 은행제도 잘 되어 있어서 옵션이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는 오레곤 주립대 수업을 많이 듣는 것 같은데, 가격면에서 한국 학교들과 비교 불가.

학생 구성 통계를 보는데, 온라인 프로그램이고 접근성이 좋은데도 여성 비율이 15%에 불과하다. 반려인간 주장대로, 학교에서 배출하는 인력 구성이 이미 이 정도 비율이면 업계 비율도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반면 CMU CS 전공 학부생 비율1 은 거의 남녀 비율이 1:1 가까이 되던데 뭘 다르게 했는지 궁금하다.

CMU
Percentage of Women in First-year Class at Carnegie Mellon University

조지아텍에서 오퍼하는 과목들을 찾아보면서 교수자들도 살펴보는데 도대체 여자 선생님 얼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예전 Coursera에서 Data Scientist로 일하는 사람의 세미나를 들었을 때, 교수자 성별이 수강자 성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스쳐 지나간 적이 있는데, 다른 학교나 온라인 과정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기본적으로 유다시티의 플랫폼을 사용하니 수강 경험이 크게 다를 것 같진 않고, Q&A는 람다에서처럼 piazza를 많이 사용하는 듯 하고, slack도 활발히 쓰는 것 같다. (덧. 기술 커뮤니티들이 거의 slack으로 대체되는 걸 많이 보는데 이게 꼭 좋은지 모르겠다. 보통 무료로 사용하니 과거 자료는 접근하기 힘들고 검색도 안되고…) 과목당 주당 20시간 정도 시간 쓰는 게 평균적인 것 같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수강하는 사람들은 한 학기에 한 과목씩만 들으라는 게 자주 보이는 조언인 듯.

Summer Hackers Program

제시카 리빙스턴이 예전 Summer Founders Program(Y 컴비네이터의 원래 이름)을 했을 때처럼, Summer Hackers Program을 런칭했다. 작년부터 스타트업 창업자나 투자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너무 적은 것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많았는데, 제시카의 판단은 우선 코딩할 줄 아는 여성이 너무 적기 때문에 창업자 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2

이 이야기에 크게 동의한다. 거지 같이 만들더라도 프로토타입이라도 뭘 만들 줄 알아야 창업하기가 쉽다. 아이디어는 너무 값이 싸고 어디에나 존재한다. 일하면서 왜 테크 업계에서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들은 2등 시민 취급을 받는지 서러웠던 적도 있지만, 뭐라도 만들 줄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차이가 있다.

합격하면 Lambda School 과정을 학비와 생활비 지원(총 9000불)을 받으며 들을 수 있다. 왜 이런 게 이제야 나왔을까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주변에 열심히 추천하고 있다. 미국 거주 성인 여성이면 지원 가능.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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