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이는 감각

몸을 움직이는 감각이 달라져야 했다. 미국 오고 나서 적응이 힘들었던 일 중 하나.

서울에서 나고 자라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한 번 가본 적 없는 내게 가장 몸에 와닿는 충격이었다. 서울에선 대충 집앞에 걸어나가면 편의점이 있었고, 약속이 있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되었고, 근처 회사에 다니는 다른 회사원들과 점심 약속을 잡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아마 미국이어도 뉴욕쯤 살면 비슷한 밀도의 삶을 살게 되려나. 모두가 복작복작 붙어서 콩나물 시루처럼 사는 게 안에 있는 콩나물일 땐 지치고 힘들었던 거 같은데, 막상 타지에 뚝 떨어진 콩나물이 되고 나니 그 밀도가 그리울 때가 많다. 사람은 어디에서건 만족하지 못하는 바보라 그런가.

농담으로 반려인은 “3보 이상 승차”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 사는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마트가 있고, 이 점이 집을 살 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승차하지 않고 걸어나가 장을 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운전면허가 아직 없을 듯한 나이의 청소년들이나, 아시안 노부부들을 제외하고는 길에서 걸어다니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가끔 횡단보도 앞에서도 제자리 걸음을 뛰는 러너나, 강아지 산책을 시키려는 사람들이 있긴 해도 주택이 있는 커뮤니티 안에나 있지 큰 길가에서는 만나기 힘들다.

차에 의지하지 않고, 운전하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시간에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꽤나 좋은 느낌이었구나 알게 되었다. 대중교통에 뚜벅이로 다니더라도 스티그마가 붙지 않는 것도. 물론 대중교통을 타더라도 성추행이나 몰카의 피해자가 될 걱정을 거의 안하게 된 건 좋지만, 30분이나 한 시간에 한 대 다니거나 혹은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하고 7시만 되어도 끊어지는 버스는 좀 너무하다.

그러니 여기서는, 자동차가 내 몸의 확장 쯤 되는 감각을 익혀 보도록 한다. 서울에 비하면 다들 운전도 젠틀하고 주차하기도 편한데 왜 여전히 난, 여기서 운전하는 일이 서울에서보다 즐겁지 않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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