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당신

몇 년 전부터 그런 이야길 종종 들었지만, 내 스스로 완전히 인정하게 된 건 올해부터인 것 같다. 거울을 볼 때마다 혼자 꿈쩍꿈쩍 놀란 적도 몇 번. 딸이 엄마를 닮은 게 뭐 새로운 일이겠냐만은, 이제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가, 아니 거울에 비친 저 사람은 너무 젊을 때 임 여사의 얼굴과 똑 닮은 것이 아닌가.

외모 뿐 아니라 많은 말과 행동 패턴이 그녀에게서 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종종 오지라퍼라고 놀리면서 그것까지 엄마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말해왔던 많은 일들을 내가 똑같이 하고 있다. 내 머리는 못 깎으면서 남의 커리어를, 남의 사업을 걱정하며 뭐가 되었든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들을 이어 붙여주고자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아 이거 너무 엄만데, 생각한다.

결혼 후 반려인과의 관계에서 뱉어내는 많은 문장들도,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그냥 들었던 말들을 어디엔가 저장해 두었다가 내 입을 통해 꺼내 쓰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라, 이 문장은 정확히 그 장면에서 임 여사가 했던 말이었다는 걸 자각하면 때론 좀 무섭기도 했다. 부모가 물려주지 못할 것이 대체 뭐란 말인가.

인간이란 누군가를 사랑하면 동시에 미워할 때도 많은 법. 나는 엄마같이 살지 않을 거야 외칠 때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곧 엄마의 복붙이라는 걸 안다. 엄마가 물려준, 거의 내 몸에 인스톨시켜놓다시피한 어떤 프로그램이 중요한 순간마다 참 잘도 동작하는구나 생각한다. 엄마의 주름 모양을, 엄마가 젊었을 때 했던 노력들을, 엄마가 말하던 문장을, 엄마가 쓰던 마음을, 나는 그대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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