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에 대하여

1. 임 여사가 대표님이 된지 일 년이 됐다. 나는 내일 모레 환갑을 앞둔, 나와 동생을 낳아 키워내는 30년 넘는 시간 동안 내내 주부였던 여자를 과소 평가했다. 시작할 무렵 그녀는 참 어리버리했다. 임 여사님이 손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 이 일을 어쩌면 좋아 안절부절했었다. 임 여사님들은 친절하지 않은 조카 혹은 딸년에게 키워드 광고 하는 법도 배우고,… Continue reading 꾸준함에 대하여

목표와 불안을 나누며

점심 때 Fast Track Asia에서 한 시간 헛소리를 하고 왔는데, 간단히 덱을 준비했다가 쓰지 못하니 머리가 좀 엉켰다. 이미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겪어보신 분들과 달리, 뭐 할 말이 있어야 말이지. 준비하면서 크게 두 가지 해야지 생각했다. 첫째, 상대적으로 여성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 팀 소개하기. 여성적인 조직문화를 뭐라고 정의할 지는 애매하지만, 지난 주 같은 시간에… Continue reading 목표와 불안을 나누며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물리적으로 닿지 못하고 나누는 교감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시집가서 나와 같은 시간에 살지 않는 친구가 보낸 사진을 열어 본다. 나는 네 살림을 같이 골라주지도 못하고 네 아이에게 일년에 한 번 이모 노릇 하기도 쉽지 않겠지. 시차도 한 시간 뿐이고 한국도 자주 들어오지만 역시 만나기 쉽지 않은 선배 언니는 사진 속 얼굴을 칭찬한다. 반대로 물리적으로 닿아있어도 언제… Continue reading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겸손하게 달을 보자고 적어보는 일기

1. 테크 인더스트리엔 구시대적 마케팅 컨셉을 가진 사람/조직이 많은 것 같다. 고객이 원하는 걸 고민해서, 빈 부분을 만족시키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다양한 지점에서 고객과 만날 수 있게 하고, 마지막으로 이 녀석이 왜 좋은지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소비재에 비하면 좀 구시대적으로 "우리가 엄청난 기술로 위대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놓은 후 잘 "포장"하면 된다고 여기는 경향. 점점 기술도 일상재가… Continue reading 겸손하게 달을 보자고 적어보는 일기

아저씨

우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관리해주시는 아저씨는 중국인이다. 늘 긴가민가하게 술냄새를 풍기고, 한국어를 아주 잘하진 못해서 처음보는 사람은 아저씨 말투가 불친절하고 퉁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저씬 건물 1층 구석 의자에 앉아서 뭔가 읽고 있을 때가 많은데, 읽는 책들이 도대체 맥락이 없어서 누군가 버린 책들이 아닐까 짐작한다. 친구는 있나, 이 빌딩에서 먹고자는 것 같은데 가족은 있나, 가끔 맘이 쓰인다.… Continue reading 아저씨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 며칠 전 후배랑 나눈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IT 업계 사람들은 TV를 보며 트윗을 하는 동시적 매체 소비를 이야기하고, 호핀이나 티빙 같은 다시 보기 서비스를 보고 있지만, 당장 돈이 벌리는 건 시청률과 연동된 전통적 광고 아니겠나. 각 프로젝트들을 리드하는 임원들은 내일 모레 어떻게 될 지 알 수… Continue reading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순하게 살기

자려고 누웠다가 어떤 대화에 기분이 급격히 나빠져서 일기를 쓴다. 계속 나에게 묻는다. 내가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나의 에너지를 빼앗고 나를 힘들게 만든다면 굳이 왜 그 관계를 이어가는가. 불편하고 불쾌한 글을, 굳이 타임라인에 두고 읽고 있는 이유는? 이미 과거인 사람과, 왜 현재를 계속 나누려하는가? 나는 왜 자처해서 더 간단해질 수 있는 하루를 복잡하고 피곤하게 보내고 있나? 2012년이… Continue reading 단순하게 살기

I love this team!

회사 웹사이트의 About 페이지를 업데이트했다. 이런 종류의 일들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우선 순위가 밀리기 마련인데,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란 글을 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이번 주 안에 꼭 해야겠다 싶었다. 사람들에게 바이오를 달라고 하면 진도가 날 것 같지 않아 한 명씩 붙잡고 인터뷰를 했다. 페이지를 채우면 채울수록 부끄러워졌다. 내가 꽤 긴 시간 부대끼고 일하고 있는… Continue reading I love this team!

헤어지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는 저 문장을 헤어지면 알게되고, 로 시작하도록 고치고 싶단 생각을 꽤 한다. 한참을 푹 빠져있을 때보다 헤어져 떨어져서 살피고서야 그 대상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아이러니. 뜻대로 안되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을 텍스트로 보내던 사람, 내가 가진 모든 것보다 당신이 중요한 듯… Continue reading 헤어지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배움

언니들은 내가 지갑을 열도록 허락(?)해 준 적이 거의 없었다.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 누구였나 가물하지만, 됐다고 넌 너를 언니라고 부르는 애들에게 사면 되는 거라고, 나도 다 얻어먹은 걸 너에게 사는 거라는 대사가 기억난다. 그 대사를 다시 고대로 읊었다. 언니들에게 들은 그대로. 했더니 귀가길에 이 싹싹한 녀석은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온다. 나는 늘 헤헤거리며 얻어먹고 신나기만 했는데,… Continue reading 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