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edin 다시 쓰는 이야기

한동안 링크드인은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 신청 들어오는 계정은 스팸이거나 헤드헌터만 있었고, 서비스는 죽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메일로 누구 자리 옮겼다는 소식이나 들어오면 링크 클릭해서 한 번 보고 바로 이탈하는 종류의 서비스였다. 모바일 경험은 쓰레기 같았고, 새로운 시도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달라지거나 나아지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창업자가 여기 저기서 강의한 영상은 재밌었지만, 창업자가 손 놨는데 잘 될리가 없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종류의 시그널이기도 했다.

최근 주가가 거의 반토막 났다. 사람들 뜨지 않게 하려고 제프 위너는 받은 $14M 그랜트를 직원들에게 나눠준 모양이었다. 경영자가 일종의 셀러브리티인 시대에 난 제프 위너를 연예인 좋아하듯 좋아하는데(아직도 인터뷰 발 번역 한 건 꾸준히 방문자가 있는 에버그린 포스트..), 밖에서 보기엔 매우 차분해 보이고 생각이 깊어보이고 인터뷰들도 어쩜, 좋았걸랑. 아, 주가가 이리 빠지면 쫄려서 사람부터 자른다는 뉴스가 나올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We are the same company we were the day before our earnings announcement. I’m the same CEO I was the day before our earnings announcement. You’re the same team you were the day before our earnings announcement. And most importantly, we have the same mission, vision, and sense of purpose in terms of our ability to create economic opportunity. None of that has changed. It hasn’t changed one iota.

전사 미팅에서 했다는 스피치가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취해야 할 자세의 교과서 같다. 이런 일이 우리 주변의 회사에서 벌어졌다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며, 이제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직원들을 다그쳤겠지.

그리고 좀 더 관심갖고 보니, 놀지는 않았더라. 앱이 조금씩 나아지더라. 진지한 “일”에 관련된 이슈들은 페이스북 피드가 아니라 링크드인 피드에서 발견하는 확률이 높아지고, 진지하게 쓴 좋은 글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쨌든 생전 처음으로 프리미엄 계정 써보겠냐고 오는 메시지에 yes 해보았다. 경쟁자도 놀지 않으니(특히 FB at Work) 이런 느낌이 1년 지나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요새 거의 하루 한 번은 꼬박꼬박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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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ngness to recommend

영어 수업할 때 쓰는 교재여서 폴 그레이엄의 교과서 같은 글을 다시 읽었다. 시간이 지나니 또 다른 느낌으로. 전화 영어를 2007년부터 썼던 스피쿠스에서 링글로 바꿨는데, 주변에 열심히 추천 중. 단 아직 좀 불안정한 면이 있어서 스타트업 커뮤니티나 테크 인더스트리 사람들에게만. user  id가 아직 300번 대인 걸 보니 몹시 초기인데, 저 폴 그레이엄의 말을 정말 온 맘을 다해 실천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사용자 피드백이 들어가서 반영되는 게 눈에 너무 잘 보인다.

그게 뭐 대단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초기 단계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용자와 시장을 향해 귀를 열고 있기가, 말은 쉽지 어렵다. 당장 한 줌 잡은 고객은 작아 보이기만 하고 겉멋 들기는 얼마나 쉬운지.   

다른 데서 벌어졌으면 진상 부리며 날 뛰었을 일도 그냥 아이고, 애쓰는구나,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정말 이 문제 풀고 싶어 하는구나,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연결되기 힘든 양면 시장을 연결해주는 데서 가치가 발생하는 사업 모델이 많은데, 최근 한 반 년 사이 나온 양면 시장을 연결하려는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그냥 최고인 것 같다. MBA나 전략 컨설팅펌 출신 창업자여도 다 같은 거 아니구나, 농으로라도 함부로 앞에 마이너스 붙이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이제 한국에도 폴 아저씨 하는 말이 무슨 이야긴지 글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창업가 커뮤니티가 많이 커진 듯 느껴진다. 하지만 저 스테이지를 지나 정말 ‘Do things that do scale’을 고민해야 할 때 참고할 아티클이나, 찾아가 물어볼 사람이나, 함께 고민해 줄 투자자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보게 된 Blitzscaling 동영상. 스탠포드 한 학기 강의 녹화본이 다 올라와 있다. 뭐 이런 분들이 학교까지 와서 무릎 늘어난 청바지를 입고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배운 거라고 떠먹여주고 있지. 여기 앉아서 저 내용을 다 볼 수 있는 게 살짝 실감이 안 난다.

레이 오지가 투자한 스타트업

주로 지역을 기반으로 소셜 웹의 컨텐트들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인듯 보이는) Spindle이 2.3M 펀딩을 받았다는 소식. 무슨 무슨 파트너스, 엔젤스, 벤쳐스… 그리고 레이 오지로부터.

응? 레이 오지가 투자도 하네 하며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Co-Founder/ CEO가 Microsoft FUSE (Future Social Experiences) Lab 출신이다. Co-Founder들도 다 그 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 FUSE 에선 재밌는 걸 많이 내놨었는데, 그나마 젤 알려진 건 docs.com. 페이스북에 문서 올리면 보이는 웹앱이고, 나중에 오피스 웹앱스 나올 때 거의 비슷한 모양새로 나왔었다.

음, 그럼 투자하는 거 말되네.

좀 더 찾아보니

으응?!?!?! CEO가 레이 오지 사위다 ㅋㅋㅋ MS 그만둔 후 결혼.

그로부터 상상이 뭉게뭉게. 처음에 어떻게 만났을까. 애가 똘똘한 걸 보고 찍고서 아버지가 푸쉬한 걸까, 먼저 만나고 보니 어라 내 여친 아버지가 내 보스였어? 이건 아닐 거 같고.

저희 결혼하렵니다, 를 말할 땐 어떻게 되는 걸까.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하면 멍청한 놈한텐 줄 수 없다 지금부터 니가 똑똑한지 좀 보자, 자 어디 이 문제를 풀어봐! 코딩 문제를 내겠어! 이거 어떻게 설계할거야??

-ㅅ-

뭐 이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레이 오지 사위가 하는 스타트업이라니,
FUSE 사람들이 나가서 만든 거라니 기대.

투자하라고 말은 어찌 했을까.
장인 어른, 이제 돈 태우셔야 할 때입니다! 라고 말하는 걸 상상하며 키득거렸다.

덧. 정말 사생활 보호 안되는듯. 이 아저씨 페북에 전체 공개로 웨딩 비디오를 올려놨길래 봤는데 레이 오지가 결혼식 날 딸이 “아빠 메이크업 받으세요”하니 “절대 싫다 안할래~” 대답하고 “참 재능있는 친구입니다. 일에서나 내 딸래미를 따라다니는 면에서나”라고 축사를 한다. ㅋㅋㅋ

빌 게이츠 시대의 죽음

며칠전 스티븐 시놉스키가 갑작스럽게 그만뒀다.

좀 과장 보태서, 내가 짤렸대도 그렇게 충격받지 않았을 것 같다. 나한테 시놉스키는 빌 게이츠의 적자같은 이미지였고(빌 게이츠의 개인 Technical Assistant였고 인터넷의 중요성을 보고한 이야기로 유명), 유일하게 스치며 보게 되면 “나 그 사람 봤다~”고 공돌이들이 자랑하는 임원이었다. (아무도 스티브 발머 봤다고 자랑 안한다.) MBA 나온 매니저들만 흔해져 버린 조직에서 마지막 남은 리더/좀비킹 같은 느낌이었달까.

이런 저런 매체에서 그 사람 성격이 이상했어, 평판이 나쁘더라, 스콧 포스톨과 묶어서 뻔한 관전평들을 내놓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다.

시놉스키는 윈도우의 개념과 사용자 경험을 송두리 째 바꾼 사람이고, 개인적으로 MS 역사상 가장 래디컬한 변화를 만들어 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낸 사람한테 성격 좋기까지 바라면 안되지. 그리고 사람 좋게 굴면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없다. 오래된 조직은 관성과 지켜야 할 영토가 생기기 마련이고, 바꾸려 들면 적이 생긴다. 이건 한국 이야기지만 예전 회사에서 신규사업전략 짤 때 페이퍼만 쌓이지 실행 안되던 프로젝트들이, 욕은 여기저기서 다양하고 심도깊게 먹고 계셔도 결국 다 “되게 하는” 분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죽은 스티브 잡스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살아있는 빌 게이츠도 별로 흙탕물에 손 담구고 싶지 않아 하는 인상. 빌 게이츠가 은퇴했을 때보다, 스티븐 시놉스키가 회사를 나가는 걸 보면서 아 이제 정말 한 시대가 가버리는구나 확 와닿았다. 문돌이가 테크 회사를 리드할 수 없다고, 스티븐 말고 스티브가 나가라고 쫌!

과연 내가 사랑한 끝판왕은 이번 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

사무실 인테리어

이제 막 새로 팀을 꾸리고 집기를 준비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위해, 혹시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쓴다. 생각보다 가구 뭐 사는 게 좋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1. 부동산에 이야기해서 사무실 단면도부터 구하시고,
다시 줄자를 들고 정확하게 몇 센티인지 재보는 게 우선.

2. 책상

예산이 적다면 소프시스, 좀 넉넉하다면 두닷 추천.
두닷은 최근 추천드린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광주에 있는 매장에 가서 좀 더 싸게 샀다고.

3. 의자

싼 것도 좋지만 튼튼한 것을 사시라 ;ㅁ;
1년만에 사내쉐이들이 부서트리는 예쁜 의자들을 보며 나는 울었네.
흔들의자도 아닌 의자에 앉아 앞뒤로 흔들흔들하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암튼 그래서 왼쪽 사진같이 나무로 된 것, 나사로 많이 조여야 하는 디자인 등등은 험난한 비즈니스를 견뎌주시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여 회의실 의자는 사출식 플라스틱 의자 같은게 좋지 않을까 생각.

어짜피 가격 비교 해보고 주문하시겠지만, 전반적으로 이 사이트 의자들이 가격이 싸더라는… ㅎㅎㅎ

그리고 이런 스툴 몇 개 사두시면 가격도 싸고 두고두고 잘 쓴다. 가격도 세일하면 13,000원밖에 안하고.

4. 쇼파나 빈백 의자

빈백들을 많이 사시던데, 비추. 금새 더러워지는데 얘들을 깨끗하게 관리할 만큼 살림꾼이 팀에 없다면 구매하지 마십셔. 어지간하면 빨지 않고 대충 물티슈로 닦아도 끔찍해 보이지 않는 애들을 사는 게 현명함.

쇼파도 천 커버보다는 인조 가죽. 포인트는 우리 중 누군가가 이거 철마다 벗겨 빨지 않을 거! 라는 점.
나름 오래 검색한 결과 가장 가성비 높았던 건 이요이요 시리즈였음.

5. 왜 이런 건 IT의 도움을 받지 못하냐고?

Room Planner라고 있다. 결국 쓰다가 그냥 파워포인트에 그려 썼지만, 단위가 우리가 보통 쓰는 센티미터가 아니라 인치랑 피트라는 것 빼곤 나름 괜찮.
이건 꼭 사무실 아니어도 이사하기 전 집안 가구들 배치해보기에도 좋을 듯.
예전 싸이월드 미니룸 꾸미기 하던 생각도 나고 장난으로 이거 저거 배치하다보면 시간 훌쩍 가버림. 조심~

우선 생각나는 건 이 정도~
다들 예쁜 사무실에서 신나게 일하시라.

삶의 방식

얼마 전에 동생이 올린 글귀가 좋아서 자꾸 떠올린다. 내용이 뭐냐면,

영화는 삶의 한 방식일 뿐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런 얘기를 한 감독이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회사원들이 직장 다니는 것보다 월등하게 훌륭한 일입니까? 그렇지는 않죠. 잘 찍는다고 해서 개같이 굴면, 그건 그냥 개에요. 영화 잘 만드는데, 사람이 좀 이상하다, 그럼 이상한 사람인 거에요. 그 삶이 훌륭해지려면, 그 사람 자체가 훌륭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2012.05.18. 김우형 감독님. 만욱 페이스북에서 재인용.

나는 동생이 “영화”라는 단어를 써서 문장을 완성했을 때, 그 자리에 대신 “사업”이나 “창업”을 넣어보는 버릇이 있다.

“잘 한다고 해서 개 같이 굴면, 그건 그냥 개에요. 사업 잘 하는데, 사람이 좀 이상하다, 그럼 이상한 사람인 거에요. 그 삶이 훌륭해지려면, 그 사람 자체가 훌륭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런 식으로.

요새 워낙 창업 열풍이라 마치 회사원들이 직장 다니는 것보다 이것이 월등하게 훌륭한 일인양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지만, 글쎄. 창업은 리스크를 택하여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는 일이겠으나, 어떤 방식을 택하여 삶을 살던 그건 개인의 몫이다. 무언가를 더 권할 필요도, 말릴 필요도 없는 일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 제약 조건이 다르고, 언젠가 팀 멤버가 말한대로 창업을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 중에서 굉장히 선택받은 사람들에 속한다. 대학 교육을 받았고, 당장 먹을 거리를 걱정하는 부양 가족이 없는 정도. 이것만 해도 엄청 선택받은 것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업 하는데 그냥 사람된 도리로써 하면 안되는 일, 예를 들면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권력 차이를 이용하여 약자를 희롱하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명성을 얻는대도 이상한 사람이다. 리사는 내 딸이 아니에요 헛소리 하던 잡스옹이 좋은 여자 만나 철나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기록을 남겼대도 개새끼였을 거다. ㅎㅎㅎ

내가 가장 상위에 두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 의사 결정의 원칙은 무엇인가. 혹시 이런 질문은 한지 너무 오래된 게 아닌가? 그렇다면 훌륭함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건 어떤가. 신앙이 있는 사람은 신께, 없는 사람은 스스로에게라도 물어 반드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취향이네

소개팅이 어렵고 짜증난다고 느낀 건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무슨 음악 좋아하세요?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주말엔 뭐하세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상대의 대답은 얼마나 신뢰해야 할지 감이 없었다.


어제 facebook의 like 버튼을 습관적으로 누르다가 아 진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겠더라. (우와, 저도 *** 진짜 좋아해요~! 한국에서 *** 아시는 분 처음 봐요~) 내 취향이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브랜드, 장소 등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나와 친한 사람들 정보까지 다 갖고 계시니, 안냥이 좋아한 무언가는 나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내게 광고를 하겠다고 맘먹으면, 그 어떤 방식의 타켓팅보다 훌륭할 게다.(심지어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지도 몰라) 요새 디스플레이 되는 광고는 슬쩍 오싹할 때마저 있다.


이미 한 번의 클릭으로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기술이 있다하고, 이런 식으로 나에 대해 잘 아는 존재들은 점점 늘어만 가겠지. 여러 계절을 만난 사람보다, 어쩌면 나 자신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아는 존재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


게다가 위치정보까지 붙으면, 그는 나와 그 날 갔던 레스토랑이 어디었나 잊는대도, 사업자는 기억하는 날이 올 것 같다. 너, 너, 100일 전 이 날 한 장소에 있었드랬어(헉!) 최악으로는 payment 정보까지 붙으면(실제로 망+서비스+payment 다 갖고 있는데가 있긴 하자나), 그 때 먹은 메뉴는 뭐였고, 부가세 별도로 얼마가 나왔었어 (으악) 까지 알려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Like 버튼 따위 누르지 말고, 위치 정보 아무데다가도 넘겨주지 말고, 결재는 현금으로만 하면 이 무서운 상상에서 날 지킬 수 있을까? 아님 어짜피 변화하는 세계, 설픈 프라이버시 개념 따위 주커버그님의 지령에 따라 어여 잊고 그냥 광장라이프를 즐기는 게 맞는 걸까? 큰 형님께서 항상 너를 보고 계시다가, 괜찮은 물건이나 사람이 나타나면 네 취향이네, 하며 알려주시는 세상이 너무 금방 와버렸다. 아 무서워.

오픈 웹 아시아 컨퍼런스에 놀러오세요

1.

 

어느 시장이든 보편성과 특수성이 있다. 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해외 시장에 나가서 보편성을 획득해 본 경험이 부족한 만큼, 해외 서비스들도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 그만큼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잡는 일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되고, 그만큼 우리 시장의 특수성이 유난하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2.

 

우리가 흔히 스쳐지나가는 뻔한 풍경, 지하철에서 DMB를 보고 있는 아가씨라던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 모여앉아 게임 중계를 응원하는 모습 등은 어찌보면 참 특이한 모습이다. 그래서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만나는 외국인들은 우리가 스치는 이런 풍경에서 새삼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프랙티스를 세계와 나누는 면에 있어서는, 우리는 한참 게으르다. 업데이트가 그리 활발한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p, ck님의 web20asia.com 이나 태우님의 technokimchi.com를 방문한 이들이 얼마나 유레카를 외쳤을까나.

우선 아시아와 나누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그나마 문화적 맥락이 비슷한 이들과도 공유하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 먹히는 우리의 사례는 앞으로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첫 아이디어를 들었던 건 lunch2.0 @ Daum이었던 거 같은데. 얼떨결에 엮여서(???) 숟가락 하나 더 놓게 된 것이 감사하다. 함께하는 이는 ck님, 꼬날님, 태우님, Dotty님, 이안님.

이런 움직임이 늘어날 수록, 보통 세계 시장에서 0.5~2% 부피를 차지하는 우리 나라가 그 부피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lunch2.0에서 발표하던 ck님. 이때만해도 일이 이리 커질 줄 누가 알았누.

 

3.

Open Web Asia '08

 

사설이 기네. 그래서 이런 생각, 이런 사람이 뭉쳐서 오픈 웹 아시아라는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티켓 프라이스는 원래 40만원 예상하던 것을 매경 지식포럼의 지원을 받아 20만원. 첫 행사라 인지도가 부족하여 스폰서도 없어서 보수적으로 책정하였다. 이 가격 전혀 문제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 멜, 자리 안차면 뚜드려 맞게 생겼다. ㅋㅋ

생각하기에 따라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외쿡 컨퍼런스와 비교해도 스피커들 자랑스러우시며, 장소나 식사 모두 아름다우시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미 뱅기와 호텔 경비 부담하며 이 컨퍼런스 보러 날아오는 외국인도 이미 여럿이다.

회사에 보내달라고 협박하던가, 술 한 번 덜 드시고 놀러오시압.

그럼, 가을에 쉐라톤에서 만나자고요. 여기서 등록하시옵고.

바보야,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야

어제 오늘 크롬이 완전 버즈의 중심이다.

1차적으로는, 크롬이 빼앗아 오는 건 IE가 아니라 파폭의 점유율일 게다. 혜택받은 우리들과는 달리, ‘웹브라우저’가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이용자도 얼마든지 많으시며, 제품 수용 주기의 뒷부분도 중요하니 말이지. 더블 클릭도 힘겨우신 울 엄마한테 다른 브라우저도 많아요, 언제 어디서부터 설명하니….

웹의 강자는 내려오겠다고 하시고, 클라이언트의 강자는 올라가겠다고 하시고. OS에 번들링된 브라우저와 서비스에 번들링된 브라우저. 어느 번들링이 더 스마트한지 지켜 볼 일이다. 여기에 모바일이나 IPTV까지 고려하면 더 재밌어지나? ㅎㅎ 허나 계열사 직원 조져서 인터넷 전용선 / 자동차 / 보험 / 신용카드 등등을 팔아대는 경쟁에 비하면 이 경쟁은 진짜 건강 그 자체다. 역사에 남을 순간을 깊숙히서 지켜보며 어떤 경우 숟가락이라도 얹어볼 수 있다니, 아아 재미있어라. 허나 한편 마음 아픈 것은, 우리 나라의 생태계는 다른 나라의 계와는 다르시니, 진정 재미있는 경기는 이 판에서는 안 벌어지기 쉽다는 거다. 그러나 길게 보면, 결국 바뀌어야 하고, 그 편이 우리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겠지. (아아, 우리 아빠가 금융감독원 원장쯤 되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

 

배운 게 도둑질이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어서, 내게는 세상 모든 문제가 결국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귀결된다. 입사 인터뷰 때 들어오면 무얼 바꿔보고 싶냐고 물으셔서, 이 회사는 실제에 비해 참 커뮤니케이션을 못해요, 커뮤니케이션 좀 섹시하게 해보고 싶어요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몇 달 동안 광고대행사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 사이에서 머리 많이 쥐어 뜯었더랬다. 근데 모든 걸 기술스펙으로 이야기하는 건  어찌보면 거의 DNA에 가까워서, 과연 나 따위가 커뮤니케이션 잘 할 수 있다고 덤벼봤자지… 절망스러운 순간도 많다. 근데 이제부터는 어느 부분, 커뮤니케이션 이렇게 밖에 못하는 건 내 잘못이고 내 못난 탓이다. 벽보고 머리박기 모드 진입.

 

    vs    

 

이 회사의 공유 가치 중에 self-critisism이 있다. 그러니 거침없이 자아비판(혹은 자학개그)을 해 보아요. 오늘 사내 메일로 돌았던 내용이다.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다르게 할 수 있다. 두 그림 다 정리하면 ‘탭 프로세스가 각각이라 하나 죽어도 문제 없어요’. 파워포인트 개발해놓고 프리젠테이션은 이렇게 하고 있으니 안습. 덧붙여서 개발자 인터뷰 영상에서 캠 옆에 붙은 스크립트 읽는 눈동자를 느끼고선 더욱 G본부가 무서웁다. 몇 시간의 버즈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얼마나 고민하고 오래 준비했을까. 며칠 전 나이키 휴먼 레이스를 보면서,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마냥 즐거웁지만 마케터의 눈으로 보면 토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보셨겠지만, 무식한 년에게는 철수님태우님 글이 지진아 나머지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계속 백치미 모드로 승부하련다. 룰루랄라.

반성하세요 선배님

오늘 젊은 스타트업 사장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지인 중에 벤처 창업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역시 젊디 젊은 창업자가 있었다. 창업자는 베타버전 웹서비스를 들고 투자를 받기 위해 VC를 만났고, 그의 아이디어는 VC를 거쳐 이름 대면 알만한 누군가에게 갔다. 그 누군가는 서비스를 베껴서 내놓은 걸로 모자라, 그 창업자를 불러내 비즈니스란 게 원래 그런 거다라고 한 마디까지 잊지 않고 해 주셨단다. 이건 뭐 깡패도 아니고!! 뭘 그런 걸로 흥분하고 그러니 니가 순진한거다 하실 수도 있겠으나 쉔네 오늘 좀 흥분했다. 정작 이 이야기를 내 블로그에 쓰고 있는 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싫어할지도 모르겠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기 귀라서. 쏘리. ㅋ
왜 이런 종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오는지, 유독 오늘은 더 좌절스럽다. 작은 조직의 좋은 아이디어나 BM이 있으면 그걸 사는 게 정당하지, 왜 큰 조직의 힘빨로 밀어붙이거나, 몇 년 더 살아봤고 업계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그 아이디어를 베끼고 질알이신가, 질알이. 간만에 들어가보니 베껴서 내놓은 서비스가 거의 죽어가는 건 쌤통이다만, 정 인생 정당치 않게 살고 싶으면 얌전히라도 베껴주시던가!! 희망 가득한 미래를 그리기에도 아까운 젊은 친구를 불러내서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냐는 거지.
물론, 하늘 아래 완전 새롭기만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아이디어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실현하느냐, 얼마나 잘 monetize하느냐에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쉽게 카피될 수 있는지 걱정하지 않은 그 어린 창업자가 순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나라에선 이런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먹이사슬의 상단부터 하단까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게 짜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누군가는 시도하고 상처입고 실망하지만, 결국 살아 남을 것이다. 대기업이 미투 서비스를 내놓고 불공정 경쟁구도를 짜고,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어디 한 번 뛰어보시지, 하고 팔짱끼고 말하는 데도, 그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골을 넣어 보이는 이가 나올 거다. 그러나 이 축구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안다면, 이를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건 현상의 관찰이 아니다. 기울어져 있다고 투덜거리고 덩치 큰 놈을 손가락질 하고 욕해봤자 아무 것도 바뀌지 않으니.

 

비단 IT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있어서, 이런 류의 문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영화도, 음악도, 작은 것들은 죽어가고 줄어만 간다. 종의 다양성은 관찰하기 힘들고, 따라서 계가 건강하다고 보기 힘들다. 애초에 너무 계가 작아서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내가 노는 물을 더 넓은 계로 바꿔서 생각하는 것도 답이겠지.

어쨌든. 그냥 봤을 땐 사람 참 좋아 보이던 그 분, 얼마나 잘 되시는지 오나전 주먹 꽉 쥐고 관찰해 드릴게요. 건승을 빕니다. 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