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었다

2022년 봄, 엄마가 되었다. 나나에게도 엄마이긴 했지만, 나랑 똑같이 생긴 코와 입을 하고, 울 때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짓는 포유류를 마주하는 기분은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2달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기를 낳고 퇴원하자마자 온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엄청 고생했고 (산후조리 그게 뭔가요…), 엄마가 오셔서 한 달을 같이 지내주시다 가셨다. 초반에 아기는 끝없이 밤새도록 울었다. 배앓이가 심했던 걸로 생각되는데, 정말 배가 아팠던 건지 아니면 우리가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읽지 못해서 잠투정하는 아이를 제 때 재우지 못해 밤마다 폭발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견디다 못해) 50일이 조금 넘었을 때 아기 방을 분리했고, 이 날을 기점으로 아기는 통잠을 잤고, 안정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 아기 사진만 올리는 계정을 따로 만들면서, 나 스스로를 설명하는 말에 엄마를 넣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전문성을 키우고 커리어를 계속 발전시키고자 하는 나와, 때때로 가내수공업과 뜨개질과 미싱을 하고 싶어하는 나, 엔지니어로 전직했지만 여전히 예쁜 옷을 입고 거울셀카를 찍어보는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기를 낳아 키우는 나… 가 각각 어딘가에서 따로 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하나로 자연스럽게 통합되지 못하고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모두 내 일부인데 어떤 영역에서 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약점 잡히는 일이 된다고 느껴진달까.

출산휴가가 끝난 후 하루가 어떻게 구성될지, 나는 어떻게 시간을 쓸 수 있을지 상상이 잘 안된다. 사람들이 농담처럼 아기를 낳을 때 뇌도 낳았어, 하며 웃는데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도 잘하던 언니들이 새삼 진짜 대단하게 느껴지는 요즘. 원가족의 도움도, 공공보육도 전무한 미국에서 우리, 잘 살아남을 수 있겠지?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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