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오지가 투자한 스타트업

주로 지역을 기반으로 소셜 웹의 컨텐트들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인듯 보이는) Spindle이 2.3M 펀딩을 받았다는 소식. 무슨 무슨 파트너스, 엔젤스, 벤쳐스… 그리고 레이 오지로부터.

응? 레이 오지가 투자도 하네 하며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Co-Founder/ CEO가 Microsoft FUSE (Future Social Experiences) Lab 출신이다. Co-Founder들도 다 그 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 FUSE 에선 재밌는 걸 많이 내놨었는데, 그나마 젤 알려진 건 docs.com. 페이스북에 문서 올리면 보이는 웹앱이고, 나중에 오피스 웹앱스 나올 때 거의 비슷한 모양새로 나왔었다.

음, 그럼 투자하는 거 말되네.

좀 더 찾아보니

으응?!?!?! CEO가 레이 오지 사위다 ㅋㅋㅋ MS 그만둔 후 결혼.

그로부터 상상이 뭉게뭉게. 처음에 어떻게 만났을까. 애가 똘똘한 걸 보고 찍고서 아버지가 푸쉬한 걸까, 먼저 만나고 보니 어라 내 여친 아버지가 내 보스였어? 이건 아닐 거 같고.

저희 결혼하렵니다, 를 말할 땐 어떻게 되는 걸까.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하면 멍청한 놈한텐 줄 수 없다 지금부터 니가 똑똑한지 좀 보자, 자 어디 이 문제를 풀어봐! 코딩 문제를 내겠어! 이거 어떻게 설계할거야??

-ㅅ-

뭐 이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레이 오지 사위가 하는 스타트업이라니,
FUSE 사람들이 나가서 만든 거라니 기대.

투자하라고 말은 어찌 했을까.
장인 어른, 이제 돈 태우셔야 할 때입니다! 라고 말하는 걸 상상하며 키득거렸다.

덧. 정말 사생활 보호 안되는듯. 이 아저씨 페북에 전체 공개로 웨딩 비디오를 올려놨길래 봤는데 레이 오지가 결혼식 날 딸이 “아빠 메이크업 받으세요”하니 “절대 싫다 안할래~” 대답하고 “참 재능있는 친구입니다. 일에서나 내 딸래미를 따라다니는 면에서나”라고 축사를 한다. ㅋㅋㅋ

성공적으로 망해본 경험

1.

이번 주에 업데이트 될 엔써미의 길연 대표님과 JP 이사님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한 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두 분 다 공통으로, 엔써미 이전에 다른 회사를 창업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같은 맥락의 대답을 하셨다.

“잘 망했죠.”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터이니 후에 동영상을 통해서 봐 주시옵고. 🙂

그 날 이후 계속 ‘잘 망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Spark 파티 이후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생각은 이어졌다.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을 둘로 분류한다면, 성공적으로 망해 본 경험을 자산으로 쌓은 사람과, 그 경험에서 상처만 남긴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게다. 말하자면 나는 후자에 가깝겠다. 하지만, 그나마 철 없을 때 사업한답시고  돈도 잃어보고 사람도 잃어 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과는 몹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나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가 심한 문화를 갖고 있다. 도전을 앞에 둔 사람을 응원하기보다 안정을 지향하라고 가이드 하는 광경은 어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럴 수록, 잊지 말자. 어떤 찬란한 성공만큼이나, 성공적으로 망해본 경험 또한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잘 망한(?) 여러 사람들의 경험 위에 흔치 않은 성공이 얹혀 있다는 걸 우린 자주 잊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리면 어릴 수록, 많이 시도하고 방황하고 실패해 봐도 된다고 허락되었다.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주변에서 뭐라고 떠들어 대건, 보낸 날이 남은 날보다 많아져 버린 루저 같은 어른들이 하는 말이니 그냥 씹으면 될 지어다.

수많은 시도 중에 성공으로 기억되는 건 소수일지니, 잘 망해본 경험도 열심히 발굴하고 주변에 나눠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하여 말 많은 여러 사람들, 좀 더 겸손해 져야 할 게다.

고 정주영 회장님 자주 했다던 그 말을 기억하면서.

‘해보기나 했어?’

2.

약간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더라? 웃기지 말자. 요새 독특하기 그지 없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너무 뜨고 있어서 조금 기분이 이상한데 (특히 이바닥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듯), 눈코에서 드럼치던 기하씨 없이 이런 밴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 내 기억에 02년부터이니, 햇수로만 7년. 예전엔 이런 뭐랄까 능글함(?) 같은 거 전혀 없는 청년이었는데 ㅋㅋ 나의 독특함이나 셀링 포인트, 강점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결론은, 해보고 나서 이야기하자는 거. 지금 이 순간 무척 성공한 듯, 뜨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거다. 혹은 지금 이 순간 지지부진해보이는 당신의 모습이, 몇 년 후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 실패에서, 경험에서 배우는 사람이 되어 보자꾼아.

반성하세요 선배님

오늘 젊은 스타트업 사장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지인 중에 벤처 창업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역시 젊디 젊은 창업자가 있었다. 창업자는 베타버전 웹서비스를 들고 투자를 받기 위해 VC를 만났고, 그의 아이디어는 VC를 거쳐 이름 대면 알만한 누군가에게 갔다. 그 누군가는 서비스를 베껴서 내놓은 걸로 모자라, 그 창업자를 불러내 비즈니스란 게 원래 그런 거다라고 한 마디까지 잊지 않고 해 주셨단다. 이건 뭐 깡패도 아니고!! 뭘 그런 걸로 흥분하고 그러니 니가 순진한거다 하실 수도 있겠으나 쉔네 오늘 좀 흥분했다. 정작 이 이야기를 내 블로그에 쓰고 있는 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싫어할지도 모르겠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기 귀라서. 쏘리. ㅋ
왜 이런 종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오는지, 유독 오늘은 더 좌절스럽다. 작은 조직의 좋은 아이디어나 BM이 있으면 그걸 사는 게 정당하지, 왜 큰 조직의 힘빨로 밀어붙이거나, 몇 년 더 살아봤고 업계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그 아이디어를 베끼고 질알이신가, 질알이. 간만에 들어가보니 베껴서 내놓은 서비스가 거의 죽어가는 건 쌤통이다만, 정 인생 정당치 않게 살고 싶으면 얌전히라도 베껴주시던가!! 희망 가득한 미래를 그리기에도 아까운 젊은 친구를 불러내서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냐는 거지.
물론, 하늘 아래 완전 새롭기만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아이디어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실현하느냐, 얼마나 잘 monetize하느냐에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쉽게 카피될 수 있는지 걱정하지 않은 그 어린 창업자가 순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나라에선 이런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먹이사슬의 상단부터 하단까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게 짜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누군가는 시도하고 상처입고 실망하지만, 결국 살아 남을 것이다. 대기업이 미투 서비스를 내놓고 불공정 경쟁구도를 짜고,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어디 한 번 뛰어보시지, 하고 팔짱끼고 말하는 데도, 그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골을 넣어 보이는 이가 나올 거다. 그러나 이 축구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안다면, 이를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건 현상의 관찰이 아니다. 기울어져 있다고 투덜거리고 덩치 큰 놈을 손가락질 하고 욕해봤자 아무 것도 바뀌지 않으니.

 

비단 IT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있어서, 이런 류의 문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영화도, 음악도, 작은 것들은 죽어가고 줄어만 간다. 종의 다양성은 관찰하기 힘들고, 따라서 계가 건강하다고 보기 힘들다. 애초에 너무 계가 작아서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내가 노는 물을 더 넓은 계로 바꿔서 생각하는 것도 답이겠지.

어쨌든. 그냥 봤을 땐 사람 참 좋아 보이던 그 분, 얼마나 잘 되시는지 오나전 주먹 꽉 쥐고 관찰해 드릴게요. 건승을 빕니다. 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