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담비가 존경스럽다

중학교 3학년 때였나, 기억이 잘 안난다. 나는 조로하여 어깨에 힘 좀 주고 흥, 아이돌이란~ 하면서 전람회나 넥스트 공일오비 화이트 뭐 이런 자들을 좋아하던 나름 공부 좀 하는 애였다. (악플금지! +_+)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 준비를 해야 했다. 한참 전사의 후예가 떠서 온 세상을 호령-_- 하던 시절이었다. 보통 그런 건 좀 논다하는 끼있는 애들 무리가 알아서 해주기 마련인데 ㅠ_ㅠ 우리반에 유난히 인재가 없었더랬다. 얼떨결에 다섯 명 채워야 한대서 머리 수를 맞추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 버렸다. 완전 몸 베리고 얼굴 베리고 이래저래 베렸다. 으흑.

그 때 알았다. 세상 만만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거. 춤만 추는 붕어자나! 지껄였는데 아 세상에 춤추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 줄 뉘 알았냐고요. (물론 그런 쪽 재능을 전혀 타고 나지 않은 탓도 없다고 못하지만 흐흐) 내가 보기에도 내 몸짓은 얼마나 어리버리하고 못 봐주겠는지, 꿩처럼 눈을 감아 버리고 나는 아무 것도 못봤다고 우기고 싶었다. 아직도 어렴풋이 그 때 입었던 옷이 기억나는데, 브이넥 쫄티에 힙합바지라고 불렸던 한 쪽 다리에 두 다리 다 넣을 수 있는 통 큰 검정색 진 종류였던듯. (으악,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왜 까마득한 옛날 생각이 났냐면, 요새 피트니스 센터에서 무려 퍼스널 트레이너까지 함께 하시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지랄 좀 해봤다. 이대로 물살로 삼십대를 맞이하면 슬플 거 같았다.) 연예인들 볼 때 마다 생각했다. 쳇 늬들처럼 맨날 트레이너 붙어서 운동하면 못할 게 뭐 있니, 나라도 하겠다.

오 제길슨, 나라도 하겠다 완전 취소. 내 담당 트레이너는 요새 한참 뜨고 있는 손담비가 데뷔 준비하던 시절부터 같이 운동했다는데, 그녀 말하길 처음에 봤던 담비씨가 지금의 담비씨가 아니었단다. 시작할 땐 꽤 중량감 있었다고. 다만 한결같이, 매일매일, 하루도 안 빼놓고 운동하러 왔었다고.

그 이야기 들은 다음부터는 이 아가씨 완전 달리 보이며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아아;;;;

타인의 성공을 비웃지 말자. 누구나 남말은 참 쉽게 한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근데 그런 생각 들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니가 해봐 이년아’

타인의 성공은 존중 또는 존경 받아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면 문화는 좀 버려 줄 때가 되었다. 그 비싼 땅을 사기까지 얼마나 열심히 정보를 탐색하고 씨드머니를 모았겠냐고. 어쩌면 열라 사소한 것에서부터, 우리는 남의 성공을 인정하고 그 성공 뒤에 당연히 흘렸을 땀을 쉽게 말해버리는 습관이 있다는 생각, 아무리 운동해도 안 내려가는 몸무게 숫자를 보며 해봤다. ㅠ_ㅠ

운동하고 살빼고 근육만들기 참 힘들다 정도로 일기를 쓰고 싶었던 건데 참 산으로 간다. 흐흐.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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