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야

어제 오늘 크롬이 완전 버즈의 중심이다.

1차적으로는, 크롬이 빼앗아 오는 건 IE가 아니라 파폭의 점유율일 게다. 혜택받은 우리들과는 달리, ‘웹브라우저’가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이용자도 얼마든지 많으시며, 제품 수용 주기의 뒷부분도 중요하니 말이지. 더블 클릭도 힘겨우신 울 엄마한테 다른 브라우저도 많아요, 언제 어디서부터 설명하니….

웹의 강자는 내려오겠다고 하시고, 클라이언트의 강자는 올라가겠다고 하시고. OS에 번들링된 브라우저와 서비스에 번들링된 브라우저. 어느 번들링이 더 스마트한지 지켜 볼 일이다. 여기에 모바일이나 IPTV까지 고려하면 더 재밌어지나? ㅎㅎ 허나 계열사 직원 조져서 인터넷 전용선 / 자동차 / 보험 / 신용카드 등등을 팔아대는 경쟁에 비하면 이 경쟁은 진짜 건강 그 자체다. 역사에 남을 순간을 깊숙히서 지켜보며 어떤 경우 숟가락이라도 얹어볼 수 있다니, 아아 재미있어라. 허나 한편 마음 아픈 것은, 우리 나라의 생태계는 다른 나라의 계와는 다르시니, 진정 재미있는 경기는 이 판에서는 안 벌어지기 쉽다는 거다. 그러나 길게 보면, 결국 바뀌어야 하고, 그 편이 우리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겠지. (아아, 우리 아빠가 금융감독원 원장쯤 되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

 

배운 게 도둑질이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어서, 내게는 세상 모든 문제가 결국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귀결된다. 입사 인터뷰 때 들어오면 무얼 바꿔보고 싶냐고 물으셔서, 이 회사는 실제에 비해 참 커뮤니케이션을 못해요, 커뮤니케이션 좀 섹시하게 해보고 싶어요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몇 달 동안 광고대행사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 사이에서 머리 많이 쥐어 뜯었더랬다. 근데 모든 걸 기술스펙으로 이야기하는 건  어찌보면 거의 DNA에 가까워서, 과연 나 따위가 커뮤니케이션 잘 할 수 있다고 덤벼봤자지… 절망스러운 순간도 많다. 근데 이제부터는 어느 부분, 커뮤니케이션 이렇게 밖에 못하는 건 내 잘못이고 내 못난 탓이다. 벽보고 머리박기 모드 진입.

 

    vs    

 

이 회사의 공유 가치 중에 self-critisism이 있다. 그러니 거침없이 자아비판(혹은 자학개그)을 해 보아요. 오늘 사내 메일로 돌았던 내용이다.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다르게 할 수 있다. 두 그림 다 정리하면 ‘탭 프로세스가 각각이라 하나 죽어도 문제 없어요’. 파워포인트 개발해놓고 프리젠테이션은 이렇게 하고 있으니 안습. 덧붙여서 개발자 인터뷰 영상에서 캠 옆에 붙은 스크립트 읽는 눈동자를 느끼고선 더욱 G본부가 무서웁다. 몇 시간의 버즈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얼마나 고민하고 오래 준비했을까. 며칠 전 나이키 휴먼 레이스를 보면서,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마냥 즐거웁지만 마케터의 눈으로 보면 토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보셨겠지만, 무식한 년에게는 철수님태우님 글이 지진아 나머지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계속 백치미 모드로 승부하련다. 룰루랄라.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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