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과학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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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태가 정말 심각한 우뇌형 인간이었다. 중고딩 내내 오직 수학 과외만은 쉬지 않고 받았는데도 결국 틀렸던 문제는 죄다 수1에 집중되어 있었다. 반면 언어나 외국어 같은 건 남들은 이걸 왜 틀리는 걸까 이해가 안되게 그냥 이게 답인 거 같아, 하고 풀면 그게 답이었고. 날 구원해 주지 못한 과외 선생님은 결국 수학으로 박사까지 받고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동갑이지만 몇 개월 먼저 태어나 내게 오빠로 불리우는 사촌은 과학고에 가고, 물리 올림피아드인가 뭐 그런 종류의 상을 받고 서울대에 갔다. 난 이 오빠와 나를 늘 비교하며 괴로웠던 것 같다. 모의고사 본 날, 고등학교 교장이던 큰아버지가 전화하셔서 점수를 물으시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던 그 눈물나게 속상하던 기분. 그치만 내내 수학 문제집만 쌓이게 풀어봐도, 점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 시험을 볼 때면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면서 이 한 바닥에서만 몇 문제나 틀릴까 하며 두려웠다.

나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할까..(아직도 그렇겠지만 이과 가는 애 = 공부 잘하는 애라는 등식이 있었으므로)라고 매일 생각했다. 아직도 과학고를 나와서 KAIST를 가거나 한 사람들을 보면 조금 무섭달까,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달까, 아무튼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운동하면서 내내 생각했다. 내가 하필 이바닥으로 흘러와서 수많은 좌뇌형 인간들과 부대끼게 된 게 내 이런 컴플렉스랑은 상관 없을까? 하고. 엔써미 이바닥인터뷰 / 간담회에서도 생각했다. 아 이 사람들 학교 다닐 때 수학과학 얼마나 잘했을까, 대단해…하면서 바로 우러러(?) 보이는 그런 기분. 취미로 수학 문제를 푸는 사람들과 한 팀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는, 내 평생 상상도 못해봤다!!!  나와는 다른 뇌구조(?)를 가진 사람들로 가득한 이 곳.

새삼스럽게, 당신들이 존경스럽다.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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