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믿나요

소설에서 보고 달달 외울 만큼 좋아한 말이 있다. 댄 브라운이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가물가물. (뇌주름을 다리미로 꾸준히 펴주고 있는 게 분명해….)

종교는 언어나 옷과 같아요. 자신이 자란 곳의 습관에 자연히 이끌리지요. 하지만 결국 같은 것을 주장한답니다. 삶은 의미가 있다는 것, 우리를 창조한 힘에 감사한다는 것.

나는 내가 성인이 되어 내 의지로 종교를 선택한 것이 부모의 철학인 줄 알았는데, 오늘 엄마와 얘기하다 보니 너 주일학교 보냈더니 엄마의 신을 나한테 강요하지 말라고 반항했다며 기억 안나냐고 한다. 냐하….

2010년, 당신 뜻은 무엇일까. 엄청난 이모셔널 롤러코스터를 타고 업다운이 무지막지한 한 해를 지나고 있다. 난생 처음 신년운수를 본 엄마는, 11월에 엄청 좋은 일이 있대~ 하며 눈을 반짝였더랬는데. 엄마 도대체 그 좋은 일이란 게 뭘까?? 진짜 모르겠어…. 고해 빡시게 하고 기도나 하시오.

올해 캘린더엔 내 의지와 예상에 완전 반하는 사건도 있고, 뭐라고 변명을 해보아도 결국은 내가 한 선택이고 내 탓이오 세 번 외칠 사건도 있다. 정말 인간이 이렇게 허구헌날 울고 짜고 찌질할 수도 있구나 싶은 해. 스스로 resilience가 너무 떨어진다고 매일 아침마다 반성했지만,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 싶게 몹시 자주 무너졌다.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내 외연은 구라일 뿐…. 센 척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

사적인 일, 공적인 일 모두 엉망진창으로 엉켜버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마음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다. 숨이 들고 날 때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는데, 아 하느님 어떻게 이래도 감사할 수가 있나요. 원망스러운 마음이 자꾸 든다.

신부님은 욕심을 따르지 말고 사랑을 따르라 하셨다. 담담하게 하시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저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 얼마나 힘든 주문인지 알겠다.

페이백 기대하지 않고 마음은 온전하게 쓴다. 토할 때까지 울게 되더라도 내가 한 선택이니 내가 책임진다.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이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그 사건을 다루는 내 태도니까, 힘들어도 내게 생명이 주어져서, 살아있어서 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기도하려고 노력한다.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한 어떤 상황, 상대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올해 당신이 내게 주려 하신 의미가 무언지 알려면 한참 더 살아봐야겠다.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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