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화론
류한석 님 소개글을 보고 집어든 책. 표지가 엽기라는 것 빼고는 흠잡을 데 없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삼성전자의 첫 여성 임원이라는 자리가 예민함을 알고,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확실히 하고, 그래서 결국 이런 책까지 썼다는 것.
대한민국 대기업이 가진 조직문화에 숨이 막혀본 적이 있다면, 속이 뚤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읽게 될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몇 가지 편파적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 충성심
작년에 안경두님과 나눴던 대화를 기억했다. 회사가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들은 조직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역설이었다. 이현정님은 한곳에서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는 것이 충성인지, 무능인지, 소신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한 회사에서 몇 십년동안 자리 지키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에서도 능력이 통하는 사람이지만 능동적으로 그 자리를 선택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 깊이 공감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당당하고 능력있으며, 사내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충성심은 내부를 향하며, 이렇게 키워진 인재는 기본적으로 내부에서만 융통가능하다. 경쟁력이 없는 사람이 충성이라는 외형으로 무능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능력있는 개인이 조직에 남아 동반 성장을 꿈꾸는 조직이 건강하다.
> 당신은 달라야 한다
“이미 95%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상품 시장에 진입하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하는가?"
"이 신상품은 달라야 한다.”
아저씨들이 언니들 나오는 곳으로 향하는 경우, 나는 오빠들도 함께 나오는 곳을 안다며 끝까지 함께할래요 모드였던 적이 있었다. 친구 안암골 김군과 세브란스 손양의 전략을 비교하며, 그들의 코드를 따라야할지, 여자여서 쉽게 가는 방법을 써먹어야 할지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고민이 이 시원한 한마디로 결론났다. 여성 리더십은 경쟁력 있는 신상품이어야 한다. 실행 전략은 1) 탈권위적 리더쉽, 2) 친가정적 문화코드, 3) 비정치적 조직문화 4) 조직문화의 다양성 추구.
언니들과 함께 하는 밤문화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는데, 글로벌 스탠더드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며, 성차별로 고소당할 수 있는 건이라는 거. 이런 문화는 여성 조직원 또는 오염을 원치 않는 남성 조직원을 소외시킨다. 그리고 이를 당연시 하고 정상으로 여기는 문화는 보다 엽기적인 이상을 탄생시킨다. 그런 이상한 존재들을 줄이려면 정상 분포 곡선의 평균점을 움직여 주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 반려자
이현정님은 일년에 사흘 이벤트 해주는 남자보다 365일 기저귀 같이 빨 수 있는 남자가 좋다고 표현했다. 이분의 반려자는 정말 서로를 돕는 배필이구나, 느껴졌다. 이 나이 먹어서도 카리스마 찾아다니는 철 안 난 멜양에게, 카리스마 있는 남자는 결국 밖에서 가오잡다가 집에 와서 물 떠와라 목욕물 데워라 할 남자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 아주 쓸만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