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혹은 질투하거나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테헤란로 한가운데서 타이어가 펑크났다. 소음이 내 차에서 나는 거라는 걸, 누가 알려주고야 알았다. 그래, 나 둔한 년이야.
성탄 이브에 긴급 출동하여 타이어를 갈고 있는 저 이보다는 내가 낫다 생각하며 소름이 돋았다.
원래부터 오늘 이 도시에 있지도 않을 사람이었어. 위로가 되지 않았다. 받아야 하는 날, 줄 것을 고르고 있었다. 이상했다. 가망없다는 걸 알면서도 토피넛 라떼를 마시면서 앉아있었던 11시 반. 말도 안되는 상상이 꼬리를 물던 전쟁같은 마음. 영업이 끝났습니다 소리를 듣기 전에 일어난 게 다행이었다.
2.
믿지 못하는 마음, 나만큼 당신도.
나만큼 너도 내가 불안한 게 기뻤다. 그러나, 불안할 때마다 넌 날 놓으려고 했지.
갑자기 깨달았다. 아마도 우린 계속 이 따위일 거였다. 아마 계속 믿지 못할 거였다.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내 시장 가치 뿐인데, 통하기는 커녕 상황만 안 좋아졌다. 당신이 그동안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만만한 태도였는데, 질투를 표현하는 순간 가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부서져서 견인되는 차를 보며 현실감이 없었다. 이 시간 왜 여기서 사고가 났나, 부모에게 거짓말 할 일을 걱정하는 게 한심스러웠다. 차주로 아버지 이름을 대며, 면허도 없이 차를 끌고 나온 비행 청소년이 된 기분이 들었다.
고작 사랑받고 싶었다.
나도 당신도.
한 살 더 쳐먹어도, 다시 제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