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당할까봐 겁나요
1.
이번 주말, 제1기 MSP(Microsoft Student Partners) 친구들의 마지막 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 2500명 지원에 선발된 50명. 멜양 이 친구들 틈에 끼어서 선배인 척 하느라 애썼지만, 사실 외려 제가 자극받고 왔다고 해야 맞습니다.
오늘날 대학생은 쩔어 있습니다. 경쟁과 불안은 익숙한 옷 같지요. 대학생활의 로망 따위 사라진지 오래, 학부제로 들어간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쟁은 약간씩 모양새를 달리할 뿐, 해가 바뀌어도 무한루프를 탑니다. 일명 ‘스펙’을 갖추기 위한 나날들. 내가 재미있어서 듣는 수업은 사라져가고, 학점을 잘 주는 교수에 대한 정보가 중요해지지요. 대학은 취업 특강반이 되어 갑니다.
게다가 등록금은 겁도 없이 계속 오르는군요. 아이고야, 국립대 다니는 친구의 등록금도 300에 육박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묵념이라도 해야하나 싶더이다.
무튼, 하룻밤 동안 이 후배님들의 열정 앞에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멜도 다 자라려면 멀었지만, 나는 저 나이 때 어땠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좀 후달린단 생각도 했습니다. 나도 선배들을 보면서, 아 진짜 우리 세대 같았음 당신 같은 사람 서류 통과도 안됬어, 라고 외쳐본 적 여러번이거든요. 마찬가지로, 대충 퍼져서 살다가는 저 선배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마실 갔다고 고려장 당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어요. ㅋㅋ
놀란 게 두 가진데요, 1) 08학번이 입학하는 이 마당에도 노는 꼴은 똑같더군요. 술먹이기 위한 게임은 그 모습 그대로였요. 2) 근데 역사는 진보한다고 **랜덤 게임**이라는 게 생겼더군요. 우리 때는 그래도 온정이 남아있어서, 누군가가 게임을 제안하면 게임 룰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 연습게임을 몇 판 돌린 후 본격적으로 게임에 임했거등요. 근데 이젠 ‘마시면서 배우는 랜덤 게임’ 이라네요. 허허. 촌시럽게 다 아는 게임을 모르면 그냥 마셔야 되는거지요.;;
아 미안해 언니옵하들. 감 떨어졌다고 구박한 거 정말 미안해요. 나도 꺾여보니 그 마음 알겠다- 하하.
2.
MSP 뿐만 아니라, 이런 엇비슷한 다른 프로그램들에 참여해보는 게 좋은 이유? 저는 무엇보다 나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음 을 꼽겠습니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살았다면 절대 만나보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내 경험의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지요.
다만,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이력서에 한줄 채워야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라면 차라리 대차게 놀아버리자규. 근데 대충 놀면 안되고요- 쫌 제대로. 놀아봐야 내가 뭘 할 때 재밌어 하는지 알 수 있어요.
토익 몇 점, 학점 몇 점 이상이면 안정권인가요, 물어볼 시간에 차라리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고, 치명적 연애를 해보아요. 일명 고스펙을 갖추고도, 내가 무얼 원하는지 모르는 삶은 불쌍해지기 쉬워요.
얼마전 하버드 대학에서 낙제하는 동양계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대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낙제생 10명중 9명이 오나전 최고의 성적으로 입학하는 한국계 학생이었답니다.
하버드 교육위원회에서 진단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No long term life goal’ 인생 장기목표의 부재.
비교대상, 경쟁대상만 있고 성취목적, 성취대상은 희미하다는 거였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무언가, 열정을 바칠 대상이 있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올 거에요. 남의 기준으로 나를 상대평가 하지 마시고 내가 가고 싶은 목표에 대해 스스로를 절대평가 하면서 살자구요. 🙂
엊그제 함께 술잔을 마주친 친구들이
무서운 후배님들로 자라나 멜양을 구박해 줄 날을 기다리면서.
지금의 열정에 약간의 행운이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