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생머리 수호기

미용실 단골 디자이너는 나와 나이가 같다. 얼굴은 조막만한데다 참 선이 고와서, 여자가 봐도 참 여릿하다. 그는 길던 머리를 싹뚝 잘라서 단발이 되었고, 나는 단발이던 머리를 자꾸만 길러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그 이는 내가 지나가며 했던 이야기를 세세하게 불러내는 좋은 기억력을 가졌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고 숨을 들이마셨더랬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그럴 듯해 보이려는 노력, 내가 아닌 상대의 취향에 나를 꾸미고 맞추려는 노력은 결국 다 헛되다. 내가 나를 잃어 버리겠다고 나서는데 타인이 나를 지켜줄 리 만무하시다.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왜 꼭 당신을 사랑해야 하나. 당신이 그에게 헌신하고 잘 해주었다고 해서 그가 왜 꼭 그것을 알고 거기에 보답해야 하나. 이 자리에는 미움받을 사람도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 사람도 없고, 때로 진심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진리만 놓였다.

지난 코멘트 4개

예전 블로그에 달렸던 코멘트입니다. 읽기 전용으로 남겨둡니다.

  1. 백일몽

    진심은 아무 쓸모 없다는 말에 가슴 아프네

    1. 멜로디언

      모두가 자기 맥락에서 글을 읽지. 가슴 아플 것 없도다.

  2. 까소봉

    캬. 도사가 되어가는군아.

    좋으면서도 좋지 않다. ^^

    1. 멜로디언

      응 전혀 좋지 않아요.
      이래서 어린 여자가 좋은 거야. 베이비이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