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요즘 AI를 너무 당연하게 쓰면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 뭔가를 쓰려고 앉았는데, 예전엔 그냥 썼던 것들이 막힌다. 첫 문장을 못 꺼낸다. 손 먼저 대신 일단 프롬프트 창을 연다.

뇌의 잔근육 같은 게 있다면, 그게 슬금슬금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매일 쓰던 근육도 안 쓰면 빠진다. 생각도 마찬가지더라. 빠르게 답이 나오는 환경에서 너무 오래 살다 보면, 막혀있는 상태를 버티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내가 이러는데, 아이는 어떻게 될까.

우리 세대는 뭔가를 바닥부터 배웠다. 타이핑이 느려도 직접 쳤고, 잘 모르면 책을 뒤졌고, 스스로 틀린 다음에 맞는 방법을 알게 됐다. 그 과정이 비효율적이었을지 몰라도, 그 삽질들이 쌓여 뭔가가 됐다.

이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학위의 가치가 흔들릴 거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뭘 아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근데 그 “어떻게 생각”하는 능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무것도 안 가르쳐줘도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닐 텐데.

그게 막막하다.

아이는 담달 네 살이다. 아직 글을 떼는 거부터가 과제올시다.

그러니까 아직은, 내가 AI 시대의 육아를 걱정하는 게 좀 이를 수도 있겠다.

근데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지금 이 시대에 뭘 가르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는 막막함. 수학이냐 영어냐 이전 단계. 도대체 이 아이가 어떤 세상을 살게 될지 알 수가 없는데, 뭘 위해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가.

그래서 요즘은 당장 대체 안 되는 것들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몸을 쓰는 능력. 체력. 손으로 만지고 흙 묻히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능력. 우는 친구를 안아주는 법. 제대로 눈 맞추고 인사하기.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본인 몸으로 직접 해봐야 아는 것들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게 지금 네 살짜리한테 해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육아이기도 한 것 같다.

역설적으로, 이 시대에 더 귀해지는 것들이 있다.

집중력.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드는 능력. 텍스트를 진짜로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 뭔가에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힘.

AI가 해주는 요약에 익숙해지기 쉽다. 나 대신 다 찾아준다. 그래서 역으로, 요약 이전에 뭔가를 직접 읽어낸 사람, 대신 찾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본 사람이 점점 더 드물어질 거다. 드물어지면 귀해지겠지.

지금 당장 뭘 가르쳐야 할지 몰라도, 이 아이가 뭔가에 푹 빠져드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고 싶다는 건 안다. 그 경험이 어떤 도구가 나와도 쓸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서.

답은 없다. 아마 없을 거다. 그냥 이걸 생각하고 있다는 것, 생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 그 정도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기도. 우선 알파벳과 한글부터 떼고 생각하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