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트 적용한 즐감 개봉박두

제 동거인은 영화를 전공합니다. 한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잘 정도로 열이 많았던 녀석인데, 언제부터 추위를 부쩍 탑니다. 가끔 내복을 입고 나가기도 해요. 학생영화라 해야할까 독립영화라 해야할까, 암튼 돈 안되는 영화를 찍으러 다니다가 뼈속까지 바람이 들어버렸어요. 허허.

이 동생놈을 바라보면서, 걱정이 됩니다. 사람들은 점점 영화관을 덜 가고 있고, 부가판권 시장은 다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엄마랑
”정 안되면 나중에 비디오 가게라도 차려줘야지 뭐, ㅠ_ㅠ”
라고 말할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자조적으로 ‘민폐의 예술’ 이라고 부르는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야 나옵니다. 특히 우리 영화 산업은 특수성이  있습니다. 일명 ‘연봉 300’을 받아가며 ‘투신’한 제 동생 같은 사람들의 내복 두께가 모여서, 크레딧이 올라간 거죠. 못 만든 영화를 보면서 저희 남매가 비분강개하는 이유는, 이따위 껄 만들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젊음을 팔아가며 고생했을지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부터가 자꾸 인색해집니다. 기껏 7-8천원, 내 동생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뺑이쳤을까 생각하면 정말 최소한의 돈인데도, 어둠의 경로에 맛들이니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허나 음악산업이 그랬듯,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건 도움이 안됩니다. 은행의 혼잡을 줄여줬던 건 사람들 개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번호 대기표였던 것처럼,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핸드폰 벨소리를 빼면 사업모델이 사라지다시피한 음악과는 다른 길을 가줬으면 하는 기대.

기사를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씨네21에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서 디지털 저작권을 위임받아 ‘즐감’이라는 합법적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씨네21에 소개 기사가 나오기도 했고, 편집장 레터 제목부터 ‘즐감 서비스 개봉박두’라고 뽑아주셔서, 씨네가 얼마나 이 서비스를 비중을 두고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서비스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버라이트 기술이 들어갑니다. 씨네21 김준범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실버라이트에 대한 검증 결과 현재까지 최상의 동영상 서비스 솔루션이라 판단했다”고 말합니다. 렌탈 시스템은 한국 소비자들의 사용 습관을 반영하여 시간 제한은 두지 않고 횟수 제한만 둔다고 하고, 기본적으로 B2C모델이 아니라 B2B모델을 가져갈 모양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워너브라더스와 MBC가 합법적 영화 다운로드 마켓을 만들려고 시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재밌었던 건, 실구매 소비자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둠의 경로를 다루는 방법을 잘 모르는 이들의 주머니부터 열렸다는 거죠.

전국민이 초고속 통신망을 사용하는 환경, 아무 것도 모르는 저희 부모님 같은 사람들도 하나TV, 메가TV를 달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 판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아마도 SKT, KTF,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친 Vertical Integration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해봐야 할 듯 합니다. 우리 나라는 아이튠즈 모델이 장사가 되는 나라와는 또 다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저는 다만, 제 동생 같은 친구들이 연봉300을 받더라도 꾸준히 열정을 바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꿈이라도 꿔 볼 수 있는 판을 바랍니다. 이제 3천원 내고 영화 잡지 사보는 게 있어 보였던 시대는 갔지만, 최소한 돈을 벌어야 마땅한 사람들이 굶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즐감. 이 사업이 잘 됬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다가. 제 동거인의 내복값과, 거의 이십년을 향해가는 소꿉친구의 글값과, 제가 24/7 온라인을 지향하는 삶을 살며 전자파 쏘인 값이 모두 걸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