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요즘 AI를 쓰면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 뭔가를 쓰려고 앉으면 첫 문장이 안 나온다. 손 먼저 대신 프롬프트 창을 연다.

인지심리학에 cognitive offload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억하고 판단하는 일을 외부 도구에 위임하는 것. 달력이나 수첩 수준이면 괜찮다. 2011년 Science에 실린 연구(Sparrow et al.)에서는 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면, 뇌가 그 내용 자체를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보여줬다.[1] 정보 자체가 아니라 어디서 찾는지만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AI한테 생각의 시작부터 맡기고 있다. 단순한 도구 의존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 뇌의 잔근육 같은 게 있다면, 그게 서서히 빠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애미는, 아이 걱정이 된다.

심리학자 Robert Bjork는 수십 년 동안 “desirable difficulties”를 연구해왔다.[2] 막히고, 틀리고, 다시 해보는 과정, 그 적절한 어려움이 장기 기억과 진짜 이해를 만든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했다.

우리 세대는 그 어려움을 당연히 겪었다. 잘 모르면 책을 뒤졌고, 틀린 다음에야 맞는 방법을 알았다. 그 비효율이 바로 학습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어려움이 없어진 세대가 오고 있다.

Andrej Karpathy가 한 말이 자꾸 머릿속에 남는다. “The goal is that the students are proficient in the use of AI, but can also exist without it.”[3] 계산기가 있어도 암산을 가르치는 건, 계산의 원리를 몸에 익혀야 도구의 오류를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AI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암산’은 무엇일까.

발달심리학자 Adele Diamond의 연구는 한 가지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아이의 학습과 사회적 능력의 기반은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다. 작업 기억, 충동 조절, 인지적 유연성.[4] 그리고 이 능력은 만 3~7세에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이걸 가장 잘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신체 활동, 점진적 도전. 흙 묻히기, 넘어지기, 규칙 있는 놀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들.

다음 달이면 네 살이 되는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육아는 어쩌면 이것뿐일지 모른다. 글자 이전에, AI 이전에. 참고, 집중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하는 능력.

“다시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힘.

AI는 요약을 너무 잘한다. 그러니 굳이 원문을 읽을 이유가 없다. 읽더라도 깊이 읽지 않는다. 둠스크롤링까지 더해지면, 어른들의 집중력도 이미 엉망이다.

Harvard 연구자 Ying 연구팀은 아이들이 AI와 대화할 때 사람과 대화할 때보다 스스로 대화를 이끌려는 시도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보여줬다.[5] 너무 잘 받아주는 도구 앞에서는 주도성도, 집중력도, 문해력도 자라지 않는다. 안 써도 되는 근육은 빠진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몰입’을 자주 경험했으면 한다. 지금 당장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몰라도, 이건 분명하다.

블록이든, 흙이나 벌레든, 역할 놀이든, 스스로 빠져들어 끝까지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쓰지만 끝이 좀 났으면 좋겠는 마음도 ㅋㅋㅋ).

몰입은 실행 기능과 주도성을 동시에 키우는 드문 순간이다. 새로운 도구가 계속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 힘은 결국 이런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참고

  1. Sparrow, B., Liu, J., & Wegner, D. M. (2011). Google Effects on Memory: Cognitive Consequences of Having Information at Our Fingertips. Science, 333(6043), 776–778.
  2. Bjork, E. L., & Bjork, R. A. (2011). Making Things Hard on Yourself, But in a Good Way: Creating Desirable Difficulties to Enhance Learning. In M. A. Gernsbacher et al. (Eds.), Psychology and the Real World. Worth Publishers.
  3. Karpathy, A. (2025, May). X 포스트.
  4. Diamond, A. (2013). Executive Funct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4, 135–168.
  5. Xu, Y., Hu, Z., Laughter, L., Park, S., Kreijkes, P., & Warschauer, M. (2022). Learning with AI characters: Does character persona matter?. Child Development, 93(5), 1397–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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