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망해본 경험

이번 주에 업데이트 될 엔써미의 길연 대표님과 JP 이사님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한 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두 분 다 공통으로, 엔써미 이전에 다른 회사를 창업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같은 맥락의 대답을 하셨다.

“잘 망했죠.”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터이니 후에 동영상을 통해서 봐 주시옵고. 🙂

그 날 이후 계속 ‘잘 망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Spark 파티 이후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생각은 이어졌다.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을 둘로 분류한다면, 성공적으로 망해 본 경험을 자산으로 쌓은 사람과, 그 경험에서 상처만 남긴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게다. 말하자면 나는 후자에 가깝겠다. 하지만, 그나마 철 없을 때 사업한답시고  돈도 잃어보고 사람도 잃어 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과는 몹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나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가 심한 문화를 갖고 있다. 도전을 앞에 둔 사람을 응원하기보다 안정을 지향하라고 가이드 하는 광경은 어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럴 수록, 잊지 말자. 어떤 찬란한 성공만큼이나, 성공적으로 망해본 경험 또한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잘 망한(?) 여러 사람들의 경험 위에 흔치 않은 성공이 얹혀 있다는 걸 우린 자주 잊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리면 어릴 수록, 많이 시도하고 방황하고 실패해 봐도 된다고 허락되었다.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주변에서 뭐라고 떠들어 대건, 보낸 날이 남은 날보다 많아져 버린 루저 같은 어른들이 하는 말이니 그냥 씹으면 될 지어다.

수많은 시도 중에 성공으로 기억되는 건 소수일지니, 잘 망해본 경험도 열심히 발굴하고 주변에 나눠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하여 말 많은 여러 사람들, 좀 더 겸손해 져야 할 게다.

고 정주영 회장님 자주 했다던 그 말을 기억하면서.

‘해보기나 했어?’

2.

약간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더라? 웃기지 말자. 요새 독특하기 그지 없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너무 뜨고 있어서 조금 기분이 이상한데 (특히 이바닥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듯), 눈코에서 드럼치던 기하씨 없이 이런 밴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 내 기억에 02년부터이니, 햇수로만 7년. 예전엔 이런 뭐랄까 능글함(?) 같은 거 전혀 없는 청년이었는데 ㅋㅋ 나의 독특함이나 셀링 포인트, 강점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결론은, 해보고 나서 이야기하자는 거. 지금 이 순간 무척 성공한 듯, 뜨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거다. 혹은 지금 이 순간 지지부진해보이는 당신의 모습이, 몇 년 후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 실패에서, 경험에서 배우는 사람이 되어 보자꾼아.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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